4월1일 재임 843일, 윤증현 전 장관 제쳐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경제 방역 키 쥐어 경제 성장률·명목 GDP 규모 등 지표 선방 소신 굽혀 재정 건전성 훼손된 점 아쉬워 남은 과제는 떨어진 기재부 위상 회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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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달 1일이면 최장수 기재부 장관에 등극한다. 다사다난했지만, 가장 큰 공은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성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수의 회원국 중 한국이 2020년 경제 성장률 1위를 차지할 것”(같은 해 12월 OECD 경제 전망)이라고 전망하는 등 국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네차례 편성, 재정 건전성을 급속히 악화시킨 점은 과로 꼽힌다. 여러 정책을 밀어붙이는 여당에 번번이 소신을 굽히며 ‘예스맨’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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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가 최장수 기록을 갖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전쟁 중에 장수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주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역이 곧 경제”라는 지시에 대통령 주재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지난해 4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경제 중대본)로 전환, 이달 31일까지 총 32차례에 걸쳐 직접 주재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각종 경제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 경제 성장률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0%(잠정치)다. 아시아에 외환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지만, 세계 GDP 성장률 전망치(-4%대)에 비하면 선방했다.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명목 GDP 기준으로는 지난해 세계 9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9위는 사상 처음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도 밝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이 3.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 전망치(3.1%) 대비 0.5%포인트(p) 상향한 것으로, 정부 전망치(3.2%)는 물론 OECD(3.3%)보다도 낙관적이다.
여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신을 지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우선 지난해 5~8월 지급됐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재정 건전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정치권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재난지원금이 세 차례나 더 지급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은 계속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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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대상 대주주 요건’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기준을 현행(10억원)대로 유지하자는 정치권에 반발하며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목소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책임을 지겠다”고 사표를 던졌으나 문 대통령의 반려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남은 과제는 홍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낮추는 동안 떨어진 기재부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기재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는 초임 사무관의 부처 선택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부처에 배치된 제65회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 상위 5명 중 1명만 기재부행을 택했다. 연수원 성적까지 합한 최종 수석 합격자는 국세청에 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도,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몇 년 새 정치권 입김이 강해지면서 기재부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행정고시 합격자의 기재부 기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