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
그때 3억5000만 원에 판 아파트는 고공 행진을 계속해 지금은 11억 원이 넘는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 그만하자. 그렇게 한옥-빌라-한옥을 전전하다가 약 1년 전 이 집을 지었다. 사계절을 보냈고, 올해 두 번째 봄을 맞는다.
이 집에서 행복하다. 우선 안도감이 크다. 이 집이라도 짓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는가. 아파트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전세만 고집했더라면 치솟는 전셋값에 골머리를 앓을 뻔했다. 집 짓는 데 총 6억 원이 들었으니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하지 않았고 집 짓고 나면 10년은 늙는다는 풍문이 흉흉했지만 지금 내 마음과 피부는 어느 때보다 좋다.
광고 로드중
무엇보다 ‘단독의 시간’이라 좋다. 층간소음으로 예민해질 필요도 없고 주차장의 멋진 차들을 보며 부러워할 일도 없다. 이렇게 저렇게 엮이는 일 없이 그저 나로 살면 된다. 집을 짓게 되면 어떻게든 작은 나무 한두 그루 정도는 심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마당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볕을 쬐며 가만 멍을 때리고 있으면 저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충전이 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단독의 풍경’.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한옥의 기와, 저 멀리 오래된 회화나무, 그리고 나만 아는 하늘이 알게 모르게 마음의 사막화를 막아준다고 믿는다. 집을 유지하는 번거로움보다 누리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 좋은 이야기만 썼지만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고 ‘아, 어떻게 해야 하나’ 당최 답이 나오지 않는 난관도 있다. 어쩌면 당신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그늘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