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지음/240쪽·1만3000원·허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에 맞춰 출간된 소설집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에 작품을 쓴 여성 SF 작가들. 왼쪽부터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작가. 이루카 작가는 개인 사정으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한다. 허블 제공
그러나 한국의 여성 군인 이안은 곧바로 전쟁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전쟁 중 죽은 동료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다친 채 홀로 남은 이안. 그녀 앞에 지구를 떠나지 않은 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외계 생명체와 교감하던 이안은 어릴 적 자신이 당했던 범죄를 기억해낸다. 이안은 그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천선란의 SF(공상과학) 소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중 일부다.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은 여성의 시선에 과학적 상상력을 더한 SF 소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전쟁이라는 사회 문제에 여성 주인공의 개인적 상처를 녹여낸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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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울의 ‘요람 행성’엔 새로운 개척지인 요람 행성이 등장한다. 각종 문제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시대. 지구 대신 인간들이 살 요람 행성을 개척하던 주인공 리진은 미지의 생명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구인들은 행성에 살고 있던 생명체를 무참히 죽이고 있었다. 요람 행성의 생태계도 파괴하고 있었다. 리진은 자신의 임무인 행성 개척을 계속 해나갈까.
육아, 고령화 문제도 다룬다. 박문영의 ‘무주지’에 나오는 무주지는 여러 명과 동시에 사귈 수 있는 다자연애가 가능한 새로운 땅. 일부일처제는 이곳에서 유효하지 않다. 자유롭게 연애하고 아이는 공동으로 키운다. 그러던 중 연음과 기정은 자신만의 아이를 키우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남십자자리’(오정연)에 나오는 일명 ‘양로행성’엔 노인들만이 살아간다. 양로행성에 출장 온 미아는 이곳에 사는 할머니 해리와 가까워진다. 미아는 해리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루카의 ‘2번 출구에서 만나요’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외계신호를 분석하는 연구원을 꿈꾸는 주인공 알리는 사춘기 시절 엄마와 크게 싸웠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리는 엄마를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 어느 날 외계행성에서 메시지를 받은 알리. 과연 이 메시지와 엄마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과거 SF는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2019년 장편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초엽의 성공 이후 20, 30대 여성들이 SF를 찾고 있다. 여성 작가들의 새로운 상상력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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