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전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들고 나와 이목 끌어 제임스 캘러헌·고든 브라운 등 전통 거부한 장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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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11번가 재무장관 관저 앞에서 빨간 가방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원에서 발표할 정부의 예산안과 연설문이 담겨있는 이 가방은 네모난 상자 모양으로 ‘레드 박스(Red box)’ 혹은 ‘예산 박스(Budget box)’라고 불린다.
영국 아이뉴스(iNews)에 따르면 영국의 이 상징적인 레드 박스가 만들어진 건 약 160년 전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재무장관을 지내던 당시다.
1868년부터 1894년까지 총리직을 역임하며 영국을 이끈 글래드스턴은 총리로 선출되기 전까지 획기적인 예산안으로 명성을 떨친 보수당의 재정가였다. 당시 그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자유당 소속의 벤저민 디즈데일리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던 글래드스턴과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던 디즈데일리는 국가 재정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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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디즈데일리를 밀어내고 재무장관이 된 글래드스턴은 자신의 파격적인 예산안을 제시했는데 바로 당시 그가 예산안을 담은 게 빨간 박스형의 가방, ‘레드 박스’였다. 이후 재무장관의 빨간 예산 가방은 영국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1964년부터 1967년까지 재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캘러헌,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무장관을 지낸 고든 브라운 등은 자체 제작한 가방을 사용하며 관례와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역대 모든 재무장관은 매해 3월 레드 박스에 예산안을 담아 하원으로 이동한다.
1853년부터 사용된 글래드스턴의 가방은 2010년 조지 오즈번 당시 재무장관과 함께 마지막 임무를 다한 뒤 현재는 유물로 보관돼 있다.
이날 수낙 장관이 사용한 레드 박스는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이 영국의 가죽 명가 ‘배로 헵번 앤드 게일’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배로 헵번 앤드 게일은 영국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가방을 전담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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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낙 장관은 이날 봄 성명에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19%의 법인세율을 25%까지 올리고, 소득세율 역시 상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낙 장관은 “영국의 기업과 수백만 명의 중산층은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지원받은 돈을 후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