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5167억… 현대차-SK 제쳐 신가전 중심 프리미엄시장 선전 원격수업덕에 디스플레이 약진… 화학 수직계열화로 10%대 이익률 구광모發 선택과 집중으로 체질개선… “코로나시대 수익률에 날개 달아줘”
이달 초 LG전자가 올레드 TV 화질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영한 영화‘라이프 인 어 데이‘의 한 장면. LG전자 제공
지난해 LG그룹의 상장계열사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겨 국내 기업 중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4위인 LG가 영업이익으로는 재계 2,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을 넘어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이 주요 그룹 영업이익 등락에 희비를 갈랐다. 또 LG가 수년간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서 온 점도 수익률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다.
23일 본보가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와 함께 국내 주요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LG그룹 상장사 12곳의 영업이익이 총 10조516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영업이익(5조5642억 원)보다 89.0% 오른 것이다. 매출(172조247억 원)이 전년 대비 4.2% 오른 것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급등한 셈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영업이익 기준 국내 기업 부동의 1위인 삼성(상장계열사 16곳, 43조3863억 원) 바로 다음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2019년에 각각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지난해 상장계열사 영업이익이 각각 8조, 4조 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장계열사 매출로 봐도 현대차그룹은 2019년 272조720억 원에서 지난해 264조9878억 원으로, SK그룹은 224조1728억 원에서 193조8199억 원으로 줄었다. 각각 자동차 시장 침체와 정유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반짝 수혜’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과 체질 개선에 따른 효과라고 본다. LG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이 2019년 3.4%에서 지난해 6.1%로 뛰었기 때문이다.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新)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이끈 생활가전이 대표적이다. 한때 ‘백색가전’으로 대표되는 가전 시장은 성장이 정체됐다고 여겨졌지만, LG전자는 2011년 스타일러 등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2017년 가전시장 세계 1위 미국 월풀을 영업이익으로 제친 뒤 매년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빛을 발했다. 한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ABS, 폴리염화비닐(PVC) 고흡수성수지(SAP) 및 합성고무, 나프타분해설비(NCC) 및 폴리올레핀(PO)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제품마다 다른 시황의 완충 작용을 해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 폭을 줄인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제품의 다운스트림까지 수직계열화할 수 있는 사업에 기술과 생산능력을 집중해 10%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