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통령 결재’ 공개 못하는 靑…검찰인사 ‘중대 법적하자’ 있었나

입력 | 2021-02-23 11:46:00

신현수 사퇴 파문 봉합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



수보회의 참석한 申수석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휴가에서 복귀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 뉴시스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 복귀로 사의 파동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신 수석 사의를 촉발한 대통령의 검찰 인사안 결재 과정을 둘러싼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민정수석 패싱’에 이어 ‘대통령 패싱’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인사안 결재 과정을 있는 대로 밝히면 의혹을 곧바로 해소할 수 있는데도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의구심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년에 최소 두 차례 실시하는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일상적 인사 업무 중의 하나일 뿐이고 국가 안위가 걸린 대단한 기밀사항도 아니어서 청와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결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 여느 검찰 인사처럼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 발표가 있었던 이달 7일 법무부의 발표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가 이뤄졌다면 그냥 결재 과정을 밝히면 간단하게 상황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결재 방법은 물론 결재 시점도 분 단위까지 공개한 적이 있다. 2019년 4월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고 있던 중에도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안을 전자 결재했다. 4월 19일 당시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은 낮 12시 40분(한국시간)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며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빈 방문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결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결재 경위에 대한 공개를 한사코 거부함으로써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인사안 결재 시점 등을 밝힐 수 없다고 하면서 “대통령의 재가 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인사 재가 과정은 통치 행위여서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주도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결재 과정에 대해서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와대 발표로 갈음한다”거나 “소상히 말할 수 없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청와대가 지금까지 검찰 인사안에 대한 대통령 결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은 “대통령의 재가는 있었다”, “재가 없이 (인사 발표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전부다. 그 외에 인사 발표 전 누가 대통령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는지, 대면인지 전자인지, 인사 발표 이전의 정상적인 사전 결재인지, 사후 결재인지 등 핵심적인 의문점들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안에 직접 사인을 하는 결재는 법적인 효력을 발생시키는 통치 행위다. 반면 재가는 직접 사인을 하지 않더라도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인사안에 대한 비공식적 승인까지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여느 인사 때와 달리 이번 사태에서 ‘결재’라는 공식 용어 대신 ‘재가’라는 비공식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인사 발표 전 대통령의 대면 결재 또는 전자 결재가 나지 않았다면 결재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만큼 ‘비공식 사전 승인’이나 ‘사후 결재’를 포괄하기 위해 재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 결재 과정을 함구하면서 이제 여론의 시선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이번 검찰 인사의 모든 결재 과정을 알고 있는 신 수석에게 쏠리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로부터 “신 수석이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을 ‘감찰 사안’이라고 생각했다”거나, “신 수석은 본인이 패싱당했다고 감찰을 요구하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전언이 나오는 점에 비춰보면 신 수석이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법적 하자를 확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