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논란 정리 아닌 봉합…정치적 부담 피한 절충안 택한 듯 文대통령에 거취 일임, 후임자 물색 위한 시간 확보 차원 풀이 검찰 출신 민정수석 부담 확인한 文…非검찰 출신 회귀할까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초유의 사의(辭意) 파동은 봉합된 분위기다. 하지만 법무부의 검사장급 검찰 간부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여과 없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언제든 갈등 양상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에 대한 우려를 몸소 확인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검찰개혁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와의 신뢰 관계가 한 번 깨진 상황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여권 주도의 ‘검찰개혁 시즌2’ 작업의 원활한 추진 여부도 미지수다.
‘항명 사태’까지 번진 신 수석의 사의 파동이 잠정 봉합되면서 한계치에 달했던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으로 꼽히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던 과정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거취를 일임한 것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사의 파동이) 확실하게 일단락 된 것”이라며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했었고, 그 뒤에 진행된 사안이 없는 상태에서 거취를 일임했으니, 대통령께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수석이 스스로 사의를 철회하지 않은 것은 검찰 인사 발표 과정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이상 사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는 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향한 정치적 부담을 더는 방식의 현실적인 절충안을 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의 파동 과정에선 지난해 극한의 갈등으로 국론 분열을 불러온 ‘추미애-윤석열’ 대립 구도가 ‘신현수-박범계’ 갈등 구도로 옮겨진 양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임기말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발탁한 문 대통령의 ‘신현수 카드’가 애초부터 성립이 어려운 이상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회의감도 나왔다.
따라서 앞서 두 차례 신 수석을 만류했던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사표 수리를 보류한 채 당분간 신 수석 체제를 유지하며 적절한 후임자를 물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절충안을 발표하게 된 것도 후임자를 찾기 위한 시간 확보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께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 남았다”고 한 것도 신 수석을 대체할 후보군을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이미 확실히 마음이 떠난 신 수석과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정부 여당 주도의 검찰개혁의 철학을 공유하는 새 후임자를 찾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비(非) 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깨면서까지 신 수석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문 대통령의 구상이 두 달도 안 돼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의 갈등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던 만큼 후임자는 검찰 내부 조직 논리에 동화되지 않을 비검찰 출신을 발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수석이 검사장급 검찰 간부 인사에 대한 물밑 조율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윤석열 검찰총장 측 시각을 반영하려 했다가 무산되자 그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 수석은 최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다”며 민정수석으로서의 무력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이 비토(veto)했던 ‘추미애 라인’이 그대로 살아남았고, 거꾸로 희망했던 한동훈 법무부 연구위원의 일선 검찰청 복귀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러한 점을 두고 검찰 출신의 신 수석이 검찰 내부 문화에 동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실제로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조원·김종호 민정수석을 발탁하며 비검찰 출신 기조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신 수석의 후임 역시 감사원 출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 출신 후보군으로는 민정수석 하마평에 빠지지 않았던 왕정홍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반대로 검찰 출신 발탁 기조를 한 번 더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차관으로 검찰개혁 과제를 함께 추진했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적임자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차관은 조 전 장관의 사퇴 후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을 맡아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