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3만 명 시대의 첫 로스쿨 출신 단체장 적자생존 시대에 맞는 해법 제시해 우려 씻길
정원수 사회부장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400∼1700명씩 쏟아져 나왔다. 1906년 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0년 만인 2006년 등록 변호사가 1만 명을 넘어섰고, 그 이후 8년 만인 2014년 2만 명, 다시 5년 만에 3만 명에 도달했다. 올 1월 현재 휴업 중인 변호사를 제외한 활동 중인 변호사는 2만4000여 명이다. 이 중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출신이 1만3500여 명,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시험 출신이 1만600여 명이다. 아직 로스쿨 출신이 절반에 못 미치는데, 내년쯤에는 로스쿨 출신이 과반이 될 것이다.
변호사 업계가 적자생존의 시대로 바뀌면서 전체 변호사의 40%가량인 약 1만 명의 20, 30대 청년변호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변호사들만의 은어(隱語)도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막변’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막내 변호사인데, 낮은 월급에 기피 사건인 ‘교폭절’(교통사고, 폭력, 절도) 사건을 주로 맡는다고 한다. ‘블랙 로펌’이라는 말도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 기업처럼 청년변호사들에게 매달 100만 원의 월급으로 6개월간의 고강도 실무 수습을 요구하는 로펌이다. 필수 코스인 실무 수습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버틴다고 한다.
변호사시험 2기 출신으로 청년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김정욱 변호사가 전국 최대 지방변호사단체인 서울변회 회장에 최근 당선됐다. 변호사 업계의 주류가 로스쿨 출신으로 세대교체가 됐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당선 직후 “지금 변호사 업계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했다. 청년변호사 일자리 확보, 세무사와 법무사로부터 변호사 직역 수호, 변호사 업계의 ‘타다’로 불리는 법률 플랫폼과의 분쟁 등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체계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을 받은 사법연수원생과 달리 로스쿨 출신의 개성을 살려 새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현안 대부분이 변호사 단체의 권한이 아닌 정부와 국회, 유사 직역 등과 머리를 맞대고 조정해야 하는 난제라는 점에서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공익적 이유로 설립된 변호사단체가 생존 문제에만 집중하면 자칫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국민의 동의 없이는 생존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새 집행부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