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셸 부커가 처음 사용한 이후 중국 국가·기업 부채 등 문제의 심각성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였다. 중국 정부도 회색 코뿔소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각종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 사건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당에 주문했다. 미중 갈등, 확대된 유동성에 대한 대응 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년 전에도 경제성장률 저하 등을 경계하며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를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블랙 스완이었을까, 회색 코뿔소였을까. 코로나19라는 특정 바이러스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언젠가는 강력한 팬데믹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돼 왔기 때문에 회색 코뿔소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도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여러 국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피해를 키웠다.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은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이 큰 위험 요소를 무시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준 것”(영국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지적은 따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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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지는 댐처럼 약한 고리가 남아 있으면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방역모범국이다가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의 감염을 막지 못해 순식간에 코로나가 창궐됐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시간을 앞당기려면 우리 주변에 또 다른 회색 코뿔소는 없는지부터 살펴봐야겠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