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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투 1년[횡설수설/이진영]

입력 | 2021-01-20 03:00:00


국내 코로나19 환자 1호는 중국 여성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해 일본행 비행기로 환승하려던 이 여성은 인천공항에서 고열 증세를 보여 검사 끝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때가 지난해 1월 20일, 꼭 1년 전이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아니라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때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의 발견국은 중국 태국 일본 정도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 간 지속적 전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돼 WHO가 3월 12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을 땐 110개국 12만 명이 감염된 후였다. 어제까지 전 세계 확진자는 9373만 명, 사망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국내 누적 확진자는 7만3115명, 사망자는 1283명이다.

▷코로나는 일상을 지배하는 키워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존법칙이 되면서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은 촘촘한 배달망에 의지해 버티고 있다. 그 배달망을 유지하는 라이더들은 코로나로 벼랑 끝까지 몰린 자영업자들이다. 오랜 사회생활의 단절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온라인 수업에 의존하는 학생들은 ‘코로나 세대’로 불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코로나 리세션’이 닥치면서 ‘코로나 디바이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래도 마스크 쓰기로 독감환자가 줄고 공기가 맑아졌다니 ‘코로나 패러독스’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 중세시대를 마감했듯 코로나도 세계정세를 바꾸어놓을까. 집단주의 문화가 뿌리 깊은 아시아 국가들이 선방한 데 비해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은 무지막지한 디지털 감시망을 동원해 코로나 발원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넓은 내수시장을 밑천으로 경기 회복의 시동을 먼저 걸었다. 반면 미국은 코로나로 숨진 사람이 39만 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 수(29만1500명)보다 많다. 거리 두기에 실패한 서구는 백신 개발과 접종에서 앞서나가며 만회를 노린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인류는 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모른다. 누구나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지만 풍토병으로 인류 곁에 남을 전망이라고 한다. 그래도 올해는 백신의 기원인 소의 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우린 혼자가 아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진단검사를 하고, 눈길에도 생필품을 집까지 배달해주며, 끼니를 거르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싸다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던 간호사가 말했듯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내가 곧 너이고, 네가 곧 나인 듯 서로를 지켜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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