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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국 선박 해양오염 혐의 증거 제시 못하면 국제법상 위법”

입력 | 2021-01-07 18:42:00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6일 밤 이란에 억류 중인 선박과 선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실무대표단은 이란 현지에서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과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에 대한 억류 해제 문제를 놓고 이란 측과 양자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1.1.6/뉴스1 © News1


 이란이 한국 국적의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HANKUK CHEMI, 1만 7426톤급)호’를 나포한 행위와 관련해 해양오염 혐의에 대한 명백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밝히지 않은 상태로 선원들을 장기간 억류한다면 국제해양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온다.

설령 해양오염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이나 금융 담보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는 신속히 석방하고 출항하도록 유엔해양법에서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선원들이 장기간 억류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면에 깔린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문제와 미국의 제재를 한국 정부가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또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결국 오는 10일 이란을 방문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 정부와 어떤 협상을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전 한국해사법학회장인 이윤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7일 “비무장 민간상선을 대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함정을 6척 이상 보내고 군용헬기로 비행하면서 나포한 것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한다”며 “이는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굉장히 비난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엔해양법협약에는 선박을 나포하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노예 매매나 공해에서 벌어지는 불법무허가 방송, 마약이나 향정신성물질의 불법거래, 해적행위, 중대한 오염행위 등인데 해양오염도 명백한 증거없이 함정이 선박을 나포할 수 없고 임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오염도 앞선 조건에 ‘중대한’이 붙는다”며 “중대한 오염의 여부는 국제법상으로도 굉장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고 이란에서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상위성통신(MVSAT)에 기록된 한국케미호의 이동경로를 보면 나포된 위치는 이란의 영해는 아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된 해상이다. 한국케미호를 관리하는 선사는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따라 이동하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접촉한 것이 확인된다”며 “해양오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제해양법 전문가인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란이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요건과 절차를 충족한 상태에서 나포했는지, 해양오염 혐의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한국 정부가)받아야 할 것”이라며 “또 이란은 적절한 보석금이나 금융 담보가 있으면 선원들을 신속하게 석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해양법협약에서는 연안국이 충분한 근거없이 선박을 나포하거나 검사(임검)한 경우 선박이 입은 손실과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은 하지않아 당사국이 아닌 상태다. 때문에 책임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지는 다소 ‘애매한’ 상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엔해양법협약보다 넓은 범위로 적용되는 관습국제법에서 보더라도 ‘항행의 자유 권리’는 공해와 배타적경제수역 모두에서 적용받는다.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자유통항(freedom of navigation)하던 한국케미호가 위법행위 없이 나포됐다면 국제사법재판소 규정에 따라 공해상 항행자유를 침해한 이란을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이란 외무부가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혐의에 대해 ‘지속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또다른 복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란 외무부가 성명서를 통해)한국 선박이 지속적인 해양오염을 가져왔고 해양 당국의 고소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다는 표현을 썼다”며 “상당한 고도의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한국 관계는 좋았기 때문에 선박이나 선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리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안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본질은 한국은행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문제”라고 했다.

또 “이란은 지금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코로나19 확산이 겹친데다 경제제재로 인해 생필품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투자나 예치도 아니고 상품대금을 위한 70억달러(한화 약 7조6000억원)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행위로 한국이 주지 않으니 이란으로서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합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이 우방인데 한국이 한미동맹 틀로만 세상을 보려하고 이란을 적대적 이해 당사자로만 다루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이란의 고위관계자들로부터 자주 듣는다”며 “한국의 실무대표단이 올 필요가 없다고 한것은 ‘의례적’인 것은 필요없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선물이 될 수 있는 대안을 가져오라는 이야기”라고 풀이했다.

이어 “실무대표단의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이 간 것은 직접적인 해결보다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진의를 파악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고 최종건 1차관이 갔을 때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며 “선원의 석방이나 배를 돌려받는것은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미국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원과 선박의 석방에 대해서는 선제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을 전제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동결해 놓은 이란의 70억달러를 어떻게 효율적이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상시적인 기구를 통해 이란과 지속적으로 토론하면서 방법을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협상도 한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노력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이란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묶여있던 돈이 2~3년이 지났는데도 나라가 무너지는 상황 속에 한국이 그동안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불만이 이란 정부와 자국의 여론에서 모두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