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48조의 16% ‘부실-요주의’… DLS에 투자 개인-법인 피해 우려 저금리 영향 2017년부터 쏟아부어 일부 증권사, 현지 실사-검증 미흡 전문가 “사태 파악부터 서둘러야”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한 대체투자 규모가 5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이 중 16% 정도는 부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4조8000억 원이 펀드 등을 통해 개인 등에 재판매돼 증권사의 부실 위험이 투자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현재 국내 22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48조 원으로 집계됐다. 오피스빌딩 호텔 콘도 등 해외 부동산 투자가 23조1000억 원(418건)이고, 발전소 항만 등 특별자산 투자(446건)가 24조9000억 원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부실 여부를 점검해 결과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 로드중
이 때문에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현실화되면 DLS에 투자한 개인, 법인 등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외펀드는 발행사가 해외에 있고 현지법을 따르기 때문에 손실이 나면 투자자를 구제할 길이 막막하다. 최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독일 헤리티지펀드, 역외펀드인 트랜스아시아 무역금융채권펀드 등도 대규모 손실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일부 증권사는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현지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DLS 발행 때 손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호텔, 항공기, 무역금융채권 등에서 추가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대체투자는 현지 정보가 늦게 전달돼 부실에 대한 대처가 늦다”며 “부실 가능성이 높은 투자처에 대해 사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막기 위해 내부 통제, 위험 관리 기준 등을 담은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