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고혈압 있었지만 “목만 간지럽다” 확진때 무증상 3일뒤 상태 급속히 악화… 병상 부족으로 자택서 사망 서울 중증전담병상 1개 남아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나흘째 입원을 기다리던 60대 환자가 숨을 거뒀다. 16일 현재 서울에서 입원 가능한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개밖에 남지 않았으며, 이날 일일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인 400명을 넘어섰다.
○ 무증상 분류됐는데 자택에서 숨져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17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서울시 거주자가 1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15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숨진 60대 A 씨는 종로구 ‘파고다타운’ 관련 확진자다. 그는 4일 진행한 첫 검체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1일 다시 받은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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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A 씨가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약을 충분히 갖고 있는 만큼 혈당 조절 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 증상이 있는 환자에 밀려 자택에서 대기하며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받았다.
하지만 14일부터 A 씨의 증세가 갑작스레 악화됐다. 관할 보건소에서는 시에 급하게 병상 배정을 요청했지만, 병상 부족을 이유로 배정은 미뤄졌다. A 씨는 15일 새벽 먼저 확진돼 병원에 입원한 부인과 통화한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부인의 신고로 구급대가 자택으로 출동했으나 A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케이스가 병상을 기다리던 환자가 숨진 첫 번째 사례는 아니다”라며 “병상 배정 단계에서 연령대나 기저질환, 당시 증상 등을 고려해 배치를 준비하던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25명에 이른다. 총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0.93%로 집계됐다.
○ “행정 의료 시스템 과부하 상태”
현재 서울의 병상 여건은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16일 오후 8시 기준 서울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86.1%이다. 특히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확보된 80개 중 79개가 사용돼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1개에 그친다.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는 전체 1929개 병상 중 159곳만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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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갈수록 거세져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16일 4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기존 최다였던 12일 399명을 넘어섰다.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1명이 15일 처음 확진된 뒤 환자와 종사자 등 20명이 16일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 건설현장 관련 집단 감염은 14명이 추가돼 관련 확진자가 76명으로 늘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