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수도권 응급의료체계 붕괴 조짐
‘코로나 병상 확보’ 환자 내보내는 중앙보훈병원 13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와 가족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이 병원은 기존 환자 중 상대적으로 경증인 일부를 퇴원시키고 코로나19 전담 병상 120개를 마련하기로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응급환자도 이날 병상을 바로 배정받지 못해 ‘뺑뺑이’를 돌았다. 한 고열 환자는 인근 병원 등 응급실 10곳에서 ‘수용 불가’를 알려와 구급차에서 마냥 대기했다. 1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일단 이송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 8시간 동안 응급실 앞에서 대기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 간경화 환자는 급성설사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실려 갔지만 8시간 동안 응급실 앞에서 대기했다. 소화기질환도 코로나 의심증상으로 분류되는데, 이 병원 응급실 격리병상에 빈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A병원은 119구급대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지만 인근 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재 서울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서울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암병원,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의 응급실 내 격리병상 수는 병원별로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중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중환자용을 포함해 응급실 내 격리병상이 총 7개다. 이 병원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격리병상에 자리가 나더라도 공기 정화와 소독에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며 “응급환자 중 고열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 뒤늦게 병상·인력 대책 마련
정부는 3주간 7452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해 가용 병상을 1만 개로 늘리는 대책을 13일 발표했다. 이미 사용 중인 병상을 제외한 가용 병상을 생활치료센터 7000개, 감염병 전담병원 2700개, 중증 환자 치료 병상 300개로 각각 늘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병상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580명. 이 중 이틀 이상 대기 환자는 56명이다. 올 8월 수도권 2차 유행 당시 의료계를 중심으로 병상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4개월이 지나서야 공공병원을 활용키로 한 것이다.
의료계에선 정부의 병상 대책이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상을 운영할 의료진 확보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공중보건의 및 군의관 280명과 대한의사협회가 모집한 개원의 약 550명을 감염병 전담병원 등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 자원봉사단까지 선별검사소의 검체 채취 인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간호사는 대한간호협회가 모집한 493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증 병상의 경우 일반 병상보다 4, 5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중증 병상 20개를 운영하려면 의사 16명, 간호사 160명이 필요하다. 중증 병상 1개당 평균 8.8명의 의료진이 필요한 것. 정부가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287개 중증 병상에 대입하면 약 2500명의 의료진이 추가로 확보돼야 하는 셈이다.
경기도는 부족한 생활치료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수원시에 있는 경기대 기숙사를 긴급 동원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해당 기숙사의 생활치료시설 전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긴급동원 명령이 발동된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감염병 유행 기간에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 숙박시설 등을 동원할 수 있다.
김상운 sukim@donga.com·김소민 / 수원=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