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미국에서 마침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0일(현지 시간) 회의를 열고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자문위의 이날 결정은 ‘16세 이상인 사람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함에 따라 생기는 효능이 위험보다 큰가’라는 물음에 대한 표결로 결론이 났다. 이 표결에서 17명이 찬성했고 4명은 반대, 1명은 기권했다. 이날 자문위는 회의 결과에 대한 오해나 억측을 없애기 위해 8시간이 넘는 회의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의사 제임스 힐드레스는 “제공된 데이터를 보면 백신의 효능이 위험을 훨씬 능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했다”고 CNN에 말했다. 다른 자문위원인 의사 오퍼 레비도 “백신의 효능이 매우 좋은 것으로 보였다”며 “FDA가 수일 내에 우리의 승인 권고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FDA는 이날 자문위의 권고를 토대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화이자 백신에 대한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언론들은 그 시점을 이번 주말쯤으로 보고 있다. FDA는 통상 과학자와 감염병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의 결정을 존중해 왔다.
FDA의 승인 결정이 난 뒤에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가 백신 사용을 권고하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다. CDC 자문위 회의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면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실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건당국은 우선 고위험군이나 의료진 등 필수 인력에게 접종을 시작해 내년 6월 말까지는 백신을 원하는 모든 미국인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당선인도 취임 후 100일 이내, 즉 4월 말까지 미국인 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미국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러나 당장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집단 면역이 올라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에도 상당기간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미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