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 “다른 투자자 끼어들며 입금일 하루 차이로 계약 틀어져” 서울 50억∼200억 미만 빌딩 가격 최근 5년 年평균 12%씩 상승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22일 오후 계약이 어그러졌다. 건물을 보러 온 또 다른 투자자가 매입 금액을 5억 원 더 얹어 줄 테니 자신에게 팔라고 하고, 계약금까지 바로 입금한 탓이다. 김 씨는 “20년간 건물 중개를 해 왔는데, 100억 원대 건물을 거래하며 계약금 입금 날짜 하루 차이로 계약이 틀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택 규제 강화로 투자 수요가 빌딩을 향하면서 좋은 매물을 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파트 매수세가 클 때 발생하던 ‘계약금 입금 전쟁’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입지의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건물주가 건물 가격을 ‘간 보기’ 위한 허위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광고 로드중
빌딩중개업체 소속 중개인인 이모 씨(39)는 최근 ‘낚시성 허위매물’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 강남역의 5층 건물을 팔겠다는 건물주를 위해 투자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보고서를 읽은 뒤 곧바로 매도 의사를 철회했다. 결국 이 건물의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주변 시세와 최근 시장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투입한 비용과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이 씨는 “자신의 건물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건물주의 ‘간 보기’였다”며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좋은 매물이 궁하다 보니 마음 바뀌면 다시 연락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는 중소형 빌딩 매수세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수 에이플러스리얼티 전무는 “저금리, 불안정한 경기 상황 등이 얽힌 현 상태에서 고액 자산가들에게 건물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는 많지 않다”며 “고가 아파트를 팔고 시장에 신규 진입한 수요도 늘고 있어 매물 확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