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육성 프로그램 첫 결실
KT 구현모 대표가 3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2020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 입교식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는 모습. KT 제공
KT의 지역본부에서 줄곧 기업 영업을 해온 53세 강민구 부장은 올해 초 사내 ‘AI 전일제 교육생 모집’ 공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나이, 전공, 현 업무와 상관없이 6개월 교육을 수료하면 AI 관련 업무로 ‘직무 전환’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지만 슬슬 퇴직 후를 걱정하던 강 부장에겐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을 이수한 그는 지난달 말부터 AI 기술을 활용하는 내비게이션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강 부장이 교육 기간 동안 수행한 ‘원내비(KT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도착시간 예측 AI 모델링’ 과제는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돼 올해 안에 즉시 상용화될 예정이다. 강 부장은 “50대에 접어들어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업무를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광고 로드중
AI 인재육성 프로젝트는 구현모 대표의 철학이 담긴 사업이다. AI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현재의 대학 교육 시스템으로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재 짜내기’에 나선 것이다. 구 대표는 3월 취임 직후 대표 직속 미래가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내부 인재 육성에 집중했다. 구 대표는 “외부에서 AI 인력을 데려와도 KT의 DNA를 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금방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45세에 AI 기술을 배워도 현업에서 10∼15년을 일할 수 있으니 내부에서 역량과 열정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내에서 육성한 AI 인재들은 서비스 혁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교육생들은 3월 말 교육 초반부터 현업 부서와 AI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실습형 프로그램을 거쳤는데, KT는 교육생들이 주도한 프로젝트 중 60%를 당장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내년도 사업계획서에 반영됐다.
KT는 이번 프로젝트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연 2회로 교육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재 육성 내실화를 위해 자체 AI 준전문가 자격인증 시험인 ‘AI DU’(AI 두·당신도 쉽게 AI를 다룰 수 있다는 뜻)도 도입했다. 올해 사내에서 1600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내년에는 사외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진영심 KT 미래가치TF 인재육성분과 상무는 “AI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의 국내 자격증이 대부분 지필 중심인데, ‘AI DU’는 실습형이라 현장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