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동교동 일대의 옛 지명 한강으로 가는 ‘작은다리’ 뜻해 윤재철 시인 ‘우리말 땅 이름’ 출간 새절-신사 등 동네 이름 어원 설명
서울 성동구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에는 김소월 시인의 ‘왕십리(往十里)’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에는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도서출판 b 제공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됐지만, 매년 가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는 인디음악 축제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가 열린다. ‘잔다리’는 영어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고, ‘잔다리(里)’로 보이기도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잔다리는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일대를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이곳에서 한강을 가려면 작은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이를 ‘잔다리’라 불렀고, 한자 표기로는 ‘세교(細橋)’가 됐다. 훗날 동쪽 잔다리는 ‘동교’, 서쪽 잔다리는 ‘서교’가 됐다.
서울 강남구와 은평구의 신사동은 동네 이름은 같지만 지하철역은 각각 ‘신사’ ‘새절’이다. ‘고려사’(1202년) 등에 따르면 강남구 신사동은 한강 모래 벌이 있어 ‘사리(沙里)’ ‘사평(沙坪)’으로 불렸다. 인근 ‘신촌’이라 불린 옛 지명의 ‘신(新)’과 모래의 ‘사(沙)’가 합쳐져 ‘신사’가 됐다. 반면 은평구 신사동은 옛날에 이곳에 ‘새로운 절(新寺)이 있었다’고 전해진 데서 유래해 ‘새절’로 불렀고 지하철 역 이름이 됐다.
제주에는 독특한 땅 이름이 유독 많다. 소형 화산체인 ‘오름’은 ‘오르다’에서 유래됐다. 오래된 제주 방언으로, 조선시대 김상헌의 ‘남사록’(1601년)에 ‘오름’을 한자 음으로 표현한 ‘오로음(吾老音)’이라는 기록이 있다. 산책 코스로 알려진 ‘올레’는 원래 의미와 크게 달라졌다. 원래 올레는 제주 주택 구조에만 있는 ‘큰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진입로’를 의미하는 제주 말이다.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유독 부엉이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전남 장성군 부흥리는 ‘부엉부엉’에서 따와 한자로 ‘부흥(富興)’을 쓰다가 ‘부흥(扶興)’으로 바꿨다. 발음을 줄여 ‘봉(鳳)’이 된 사례는 대전 유성구 봉명동, 충남 공주시 봉갑리, 경북 칠곡군 봉암리 등이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