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투표도 개표도 혼돈의 하루
백악관 주변 反트럼프 시위 미국 대선일인 3일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 ‘BLM’(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트럼프를 제거하라’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백악관과 이어진 라피엣 광장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이곳은 5월 25일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미 전역에서 ‘BLM’을 내세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셌을 때 ‘BLM’이란 이름을 도입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백악관 주변은 시위가 과격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철조망과 접근 금지 테이프를 쳤고 무장 경찰도 곳곳에 배치됐다. 일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는 대통령 모습의 인형을 머리에 쓰는 등 다양한 차림새로 깃발을 흔들거나 춤을 췄다. 이 중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복장을 한 채 미사일 모형까지 들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다만 긴장 속에서도 양측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합주인 북부 미시간에서는 양측 지지자가 한때 언쟁을 벌이다 미 국가(國歌)를 같이 합창하는 모습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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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우편투표 부정 의혹 등 선거 관련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SV뉴스얼러트, FJ뉴스리포트 등 일부 친트럼프 성향 신생 매체의 계정을 중지시켰다.
일부 주에서는 우편투표 처리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에밋 설리번 판사는 이날 “오후까지 처리되지 않은 우편투표 봉투를 모두 확인해 즉시 발송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위해 조사관들을 현장에 급파할 것도 지시했다. 명령이 내려진 지역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조지아 등 핵심 경합지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대 경합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우편용지가 저장된 기계 두 대의 봉인이 파손됐다는 보고가 등장했다.
개표 결과에 따라 불복 논란과 함께 시위가 격화할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이날 백악관 앞에서도 일부 시위자가 연기가 나는 물질을 터뜨려 긴장감이 고조됐다.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는 무장 경찰이 시위대 앞에 배치돼 폭동 가능성에 대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반(反)트럼프 성향의 민주당 시위자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선거 관련 시위 계획을 짜놓고 있다. 시위가 격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최근 주요 언론과 이례적으로 비공개 브리핑을 갖고 “대선 과정에 군 개입은 없을 것”이라며 “평화적인 권력 이양 과정에서 군이 할 역할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반대파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폭동진압법을 발령한 뒤 군을 투입할 것이란 일각의 추측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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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남동부 일부 경합주의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현장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양측 캠프가 마지막까지 지지자 결집을 독려한 효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