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게 범죄/트레버 노아 지음·김준수 옮김/424쪽·1만6800원·부키
이 책은 최악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분리시켜 증오하다’로 풀이된다)가 횡행하던 1984년 남아공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코미디언이 된 그가 쓴 자신의 성장기이자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다.
노아는 어렸을 때 엄마랑 손을 잡고 길을 걷다 경찰이 나타나면 서로 손을 놓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떨어져야 했다는 코미디 레퍼토리가 있다. 유튜브로 볼 때는 마냥 웃었지만 이 책을 보니 아파르트헤이트 아래서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이 성관계를 하면 둘 다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노아의 엄마는 흑인, 아빠는 독일계 스위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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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의 살해 위협을 피해 불법 미니버스에서 모자가 뛰어내리는 등 폭력과 무법을 이웃하며 살아온 이야기지만 “우리는 그냥 닭을 먹지 않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고고학자에게는 악몽이었다. 뼈 한 조각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같은 유머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거셌던 올해, 인종차별에 관한 여러 책이 나왔지만 이 책만큼 흥겹고 강렬하고 명확하게 짚은 책은 없다. 번역도 훌륭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