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수용땐 영사관 폐쇄 등 美中 관계 악화 가능성 고려
홍콩에서 반정부 민주화 운동을 펼쳐온 활동가들이 홍콩 주재 미국영사관에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매체가 28일 보도했다. 망명을 받아들일 경우 영사관이 폐쇄될 수 있고,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오후 홍콩 활동가 4명이 홍콩 주재 미국영사관에 뛰어 들어가는 것을 기자가 직접 목격했다”면서 “이들은 곧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의 망명 계획을 사전에 파악한 홍콩 주재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이들의 추후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4명 중 최소 1명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기소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영사관과 홍콩 정부 모두 이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SCMP는 미국이 홍콩 활동가들의 망명을 거부한 것과 미국, 중국, 홍콩 당국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확전을 피하고 신중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자칫 홍콩 영사관 폐쇄까지 갈 수 있는 이 사안을 확대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쉽게 결정할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도 이 사건이 몰고 올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영사관이 유명하지 않은 활동가를 받아들였다가 이후 망명이 쇄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홍콩 반정부 활동가들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망명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한계선을 설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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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