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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라이언 킹’… 박수 받을때 떠난다

입력 | 2020-10-27 03:00:00

41세 이동국 은퇴선언, 내달 1일 고별전




프로축구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사진)이 프로 선수로 23년간 활약했던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동국은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한 올 시즌을 끝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1998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그해 프랑스 월드컵에서 자신감 넘치는 슈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선수 월드컵 최연소 출전 기록(19세 2개월)을 세워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공을 향해 달릴 때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 같아 ‘라이언 킹’으로 불리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그는 어느덧 K리그1 최고령 선수로 고별전을 치르게 됐다.

전북은 이날 “이동국이 28일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올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11월 1일·전주)인 대구전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고 전했다. 현재 선두 전북은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K리그 최초로 4연패를 달성한다. 이동국은 “다가오는 안방경기가 등번호 20번을 달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끝까지 축구 선수 이동국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역대 최다인 네 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K리그를 호령한 이동국은 역대 최다골(228골)과 최다 공격 포인트(305개) 기록을 갖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2006∼2007, 2007∼2008시즌 미들즈브러에서 2골을 넣는 데 그친 뒤 국내로 돌아온 이동국은 극심한 슬럼프를 겪다가 2009년 전북 입단 후 최강희 감독(현 상하이 선화 감독)의 도움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1회)과 7번의 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팀에서는 두 차례 큰 아픔을 겪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탈락한 뒤 다음 해 군 입대(국군체육부대)하기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십자인대가 끊어져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향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이동국은 A매치 105경기(역대 공동 10위)에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40대에 접어든 지난해에도 팀 내 공동 3위에 해당하는 9골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겹쌍둥이를 비롯해 5자녀를 둔 그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투잡형 스포테이너(스포츠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무릎 부상으로 두 달가량 결장했고, 여기에 팀 내 입지가 줄어들어 10경기 출전(4골)에 그친 것도 은퇴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지도자로 새 인생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관계자는 “이동국이 지난주에 ‘박수 받을 때 떠나는 것이 좋겠다’며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이동국은 우선 11월에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 A급 지도자 강습회 2차 과정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구단 레전드인 이동국이 향후 지도자 수업을 받을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동국 K리그 통산 기록 (26일 현재)▽ 득점: 1위(228골), 2위 데얀(198골)
▽ 공격 포인트:
1위(305개), 2위 데얀(246개)
▽ K리그1 MVP 수상 횟수:
1위(4회), 2위 신태용(2회)
▽ 도움:
2위(77도움), 1위 염기훈(110도움)
▽ 출전 경기:
2위(547경기), 1위 김병지(706경기)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