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1920 기억극장 황금광시대’展 8일 개막 금광열풍 풍자한 당시 신문-잡지 부동산-주식 광풍 현재와 오버랩 1920년대 경성 관련 기록 토대로 서울 재해석한 설치작품들도 전시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2층 전시실에 걸린 일민미술관의 근현대 회화 소장품. 박영선, 서세옥, 장욱진, 김환기, 남관, 박수근 등 한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 제공
황금광시대 전시의 뼈대는 신문 잡지 같은 인쇄매체다. 1920, 30년대 발행된 이들 매체의 기록을 재해석해 전시실 3곳에서 모두 5개의 장면으로 구성했다. 출발은 잡지 ‘삼천리’에 실린 목병정의 글 ‘삭주 금광 채광관’이다. 이 글은 당시 경성을, 조선을 ‘황금광시대’라고 부른다.
‘지금 조선은 그야말로 황금광시대다. … 눈코 박힌 사람이 두셋만 모여 앉은 자리에서 금광 이야기 나오지 않는 곳이 없으리만치 금광열(熱)이 뻗치었다.’
광고 로드중
권하윤 작가의 가상현실(VR) 애니메이션 ‘구보, 경성 방랑’. 일민미술관 제공
이 작품 뒤쪽으로 “참된 삶은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에서 가능하다”는 소신을 지녔던 일민 김상만(1910∼1994)의 컬렉션 중 회화 작품 50여 점이 설치됐다. 김환기의 ‘학 구성’(1957년)과 박수근의 ‘제비’(1960년대), 남관의 ‘동양의 환상’(1962년)부터 황용엽의 ‘인간’(1985년) 등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고려시대 청자, 표암 강세황(1713∼1791) 화첩 등도 볼 수 있다.
3전시실에는 소설가 조선희의 장편소설 ‘세 여자’(2017년)를 전시로 구현했다. 이 소설에는 1922년 창간된 잡지 ‘신여성’의 편집장이자 동아일보 최초의 여성 기자인 허정숙이 등장한다. 이에 착안해 전시 공간은 신여성의 1920년 편집실을 재현했고 소설 속 세 여자 이야기에 관한 기록과 소품으로 연출했다. 또 권하윤 작가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토대로 만든 설치 작품 ‘구보, 경성 방랑’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인 ‘수장고의 기억: 일민 컬렉션’은 조선의 공예품과 민예품을 유머러스하게 설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던 일민미술관의 숨은 공간을 엿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일민미술관(옛 동아일보 사옥) 건물이 지어진 1926년 모습 그대로를 확인할 수 있다. 12월 27일까지. 5000∼7000원.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