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저자 고지마 미유 씨 시신 있던 마지막 자리 특수청소 유튜브서 미니어처 제작법 배워 1년에 370건 치우며 8점 만들어
‘시간이 멈춘 방’ 저자 고지마 미유 씨가 쓰레기가 가득 찬 고독사 현장을 표현한 미니어처를 선보이고 있다. 고지마 씨는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한 적이 있을 법한 생활용품을 배치하려고 노력한다”고했다. \'더숲 제공 ⓒ가토 하지메\'
연간 고독사 발생 건수가 3만 건에 가까운 일본에서 고지마 미유 씨(28)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한다. 고지마 씨는 평범한 직원이 아니라 언론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다. 고독사 현장을 정교한 미니어처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고지마 미유 씨가 제작한 고독사 현장 미니어처. 사건이 있었던 실제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아니라 고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일반적인 특징만 따와 디자인했다. '더숲 제공 ⓒ가토 하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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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씨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시신이 있던 마지막 자리를 치우는 일을 꽃 같은 나이의 여성이 한다고 하니 궁금해할 만하다. 그가 죽음이란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학창 시절 54세로 돌연사한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어머니가 마침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시신이 언제 발견됐을지 몰랐다. 고지마 씨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끔찍한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당연히 트라우마도 생겼다.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서 나오는 바퀴벌레 수천 마리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돌아가신 분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적은 없어요. 한때는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낀 인간이니까요. 고인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방을 청소해요.”
하지만 바퀴벌레보다 더 마주하기 힘든 것은 죽음 앞에서도 매정한 인간 군상을 목격할 때다. 고지마 씨는 “자살한 아들의 집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우는 아버지 앞에 주택 관리회사 직원이 부당한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울면서 ‘낼게요, 낼게요’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같이 울었다”고 했다. 또 “애도의 말 한마디 없이 귀중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이웃도 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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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씨는 1인 가구 증가로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고독사는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 연인, 부부, 자녀 등 소중한 사람의 생존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안부를 자주 주고받고 가능하면 직접 만나세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늦어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