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나선 김병관 혜민병원장 혜민병원 본관 5층 ‘코호트 격리’ 환자-의료인 등 81명 함께 생활
― 현재 상황은 어떤가.
“본관 5층이 코호트 격리 병동으로 지정돼 환자 37명, 보호자 28명, 의료인 16명 등 총 81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본관 5층 외 의료진의 접근도 제한됐다. 일반 병동의 입원 환자까지 돌봐야 하는 의료진이 양쪽 병동을 번갈아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격리 병동에 의사가 없으면 진료의 연속성과 응급상황 대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격리 병동에서 직접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돌보고 있다.”
“격리 병동에 입원한 환자 중 3, 4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분들이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의사들도 격리 병동에 들어올 수 없어 병원장인 내가 직접 회진과 면담을 하고 있다. 81명에 대해 5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일반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격리 병동에도 환자가 있는 주치의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해당 주치의들은 환자들과 휴대전화 통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김병관 병원장이 코호트병동에 격리 중인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혜민병원 제공
“무엇보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 왜 격리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진도 답답해하고 힘들어했다. 어떤 환자는 코호트 격리 불과 하루 전에 5층으로 이동한 환자였고 어떤 환자는 당일 퇴원 예정인 상황이었다. 이런 나름의 억울한 사정을 갖고 격리 생활을 시작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첫 며칠은 준비물이 많지 않아 생수와 간단한 세면도구를 우리가 지원했다. 보호자들이 갈아입을 옷은 준비 못 했다. 지금은 좀 안정된 상황이다.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은 보호자들도 같은 병실에 누워 있으니 좁고 답답하다는 거다. 5인실 병실에 10명이 있으니 많이 비좁다. 그렇다고 퇴원이 가능하다거나 보호자 교대도 불가능하니 다들 지쳐가는 것이 함께하는 의사로서 안타깝다.”
―가장 힘든 것은….
―언제 완전히 해제되나.
“해제일은 17일이다. 중간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17일 낮 12시에 나갈 수 있다. 그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병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혜민병원은 지난 46년간 광진구 지역에서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병원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다. 규모는 작지만 꼭 필요한 입원 치료를 적절히 제공해 왔다고 생각한다. 자부심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원내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그동안의 긍정적 기능 수행이 물거품이 됐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다. 지금 코호트 격리 병동 입원 전담의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일단 여기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잘 돌보는 것이 내 임무다. 이분들이 잘못되면 죄책감이 클 것 같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들이 완쾌돼 모두 퇴원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