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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강정훈]미래통합당 경남도당의 ‘논평 봇물’

입력 | 2020-08-26 03:00:00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미래통합당 경남도당(위원장 윤한홍)이 봇물 터지듯 논평(論評)을 쏟아내고 있다. 임박한 선거도 없건만 당 대변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포문을 연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현 국회의원) 시절 행정부지사로서 호흡을 맞췄던 재선의 윤 위원장 체제 출범과 함께 최근 9명의 대변인을 둔 이후 벌어진 기현상이다. 단골 공격 대상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경남도정(道政). 무엇보다 도청 2, 3급 간부 출신의 친정을 향한 총질이 관심사다.

경남도 기획실장을 지낸 김성엽 대변인은 ‘인사만사’라는 논평을 통해 “김 지사 이후 임기제 공무원이 지나치게 많아 도청 주변이 시끄럽다”고 꼬집었다. 인원은 2배 가까이로 늘었고 이 중 30% 이상은 낙하산이라며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펴라고 훈수를 뒀다. 그는 2019년 가을 경남도를 떠날 때까지 1년 반 동안 김 지사를 보좌했다. 하지만 재직 시 김 지사에게 썩 호의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후배들은 기억한다. 공직을 떠나자마자 21대 총선 통합당 예비후보로도 뛰었던 그의 노골적인 지적에 김 지사와 측근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또 다른 포수(砲手)는 감사관과 진주부시장을 역임한 송병권 대변인. 그는 ‘지역 공동협의체, 내실을 기하라’는 논평에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 남해안상생발전협의회 등이 단순 모임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과거에도 상생발전, 화합 등의 구호가 난무했지만 실속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상당수는 통합당 계열 도지사들이 만든 것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공공기관 이전에 잘 대응하라는 논평에선 경남을 ‘변방’ ‘오지’로 규정했다. 인구가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도이고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상위권인 고향 동네를 깡촌으로 몰아가서는 동의를 얻기 어렵다.

홍 전 지사 아래에서 공보관, 통영부시장을 지낸 이학석 대변인도 칼을 들었다. 그는 ‘법정기한 6배 넘긴 김경수 도지사 2심 재판’이 봐주기라며 법원을 겨냥했다. 2018년 8월 기소된 김 지사의 1심 선고는 지난해 1월이었다. 공직선거법의 신속진행 규정도 어겼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지사를 위해서도, 경남도민과 도정을 봐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정당 출신 노치환 대변인은 ‘김 지사는 항소심 판결에 따라 진퇴를 결정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물러나라는 요구다. 항소심을 최종 결론으로 삼는다면 대법원 존재 이유는 뭘까. 항소심에서 김 지사가 무죄(또는 당선유효형)를 받을 경우 통합당은 그의 족쇄가 모두 풀린 것으로 간주할 모양이다.

‘정치의 절반은 말’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대변인을 총동원하는 것도 그 위력 때문이다. 다만 건수 채우기식 내지 이름 알리기용 무딘 논평은 불발탄과 다름없다. 무조건 네 탓만 하는 것도 보기 민망하다. 민선 도지사 5명 가운데 통합당 전신 정당 소속은 18년 6개월을 일했고 민주당 쪽은 4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앙 정치권처럼 구태를 반복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간부 공무원과 도의원 출신을 대거 기용한 만큼 쾌도난마식 날 선 논평, 건강한 비판을 기대한다. 양질에다 품격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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