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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와 갈등속 ‘우군’ 요구… 정부 ‘줄타기 외교’ 시험대 올라

입력 | 2020-08-24 03:00:00

서훈 안보실장, 양제츠와 회담




손 맞잡은 韓-中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오른쪽)을 만나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부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중국은 한국과 함께 다자간 국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은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말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방한한 중국 외교 사령탑이 미중 갈등 속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특히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우선 방문’을 약속한 가운데 미중 양국의 압박으로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과 양 위원은 22일 오전 9시 반부터 회담한 뒤 오후 1시 반부터 3시 20분까지 오찬 회동을 가졌다. 회담을 마친 양 위원은 오찬장으로 이동하며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은 확정됐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꽤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회동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측은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고, 방한 시기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외교당국 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중국 측은 ‘한국이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5월 한중 정상 통화 당시 시 주석은 “금년 중 방한하는 데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번 회담에선 ‘금년’ 대신 ‘조기 방한에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회담에선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월 말 한국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준비되고 있다는 점도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사실상 무산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시 주석과 리 총리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국가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은 연내 방한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이번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도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양 위원의 이번 방문이 시 주석의 방한보다는 미중 갈등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위원이 20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을 찾으면서 ‘우군 확보’에 나섰다는 것. 다즈강(+誌剛)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23일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동에 대해 “(미중관계에 대해) 한국이 일본과 달리 객관적 태도를 보인 것을 중국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화웨이 반도체 판매까지 막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양 위원이 한국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중국이 시급한 현안으로 한국에 요청할 만한 사안은 화웨이 제재”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중 외교안보 수장 회동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일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중국이 한국을 수중에 넣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올 4월 일본 국빈 방문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현재 일정 조정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베이징=김기용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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