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울돌목’ 탐사 착수… ‘3차원 탄성파 탐사시스템’ 활용
3차원 탄성파 탐사시스템(EOS3D) 일부를 구성하는 EOS-윙(Wing). 지질자원연 제공
하지만 선체가 강바닥 퇴적물에 묻혀 있는 데다 조류가 거세 유물 발굴은 물론 함선의 정확한 규모와 입체(3D) 구조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고고학자들은 음파를 수중으로 발사해 3차원 이미지를 얻어내는 기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결합했다. 그 결과 강바닥에 묻혀 있는 그레이스 듀의 길이는 60m, 폭은 16m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해저 유물을 찾는 도전이 시작된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이 10여 척의 전선으로 왜군 함대 133척을 맞아 물리친 ‘명량해전’의 격전지 ‘울돌목’에서다.
○해저유물 형태 더 뚜렷하고 정확하게 본다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좁은 바닷길인 ‘울돌목’은 조류가 강하고 대다수 문화재들이 수심이 깊은 바닥에 묻힌 경우가 많아 잠수 조사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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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3D는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이 그레이스 듀 탐사를 위해 개발한 ‘3D 처프’ 기술과 원리가 유사하다. 2킬로헤르츠(kHz)와 8kHz 대역의 음향 주파수를 변조해 수중에 쏘는 것을 처프라고 한다. 해저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음향 주파수 신호를 기록하고 반사 특성을 분석해 해저 지층과 해저에 묻힌 물체 구조를 추정하는 원리다.
음파를 쏜 뒤 물체 표면에서 반사된 신호로 이미지를 제작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활용됐다. 하지만 잠수부들의 고된 잠수조사가 수반되는 수중문화재 탐사는 얘기가 달라진다. 잠수조사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한 3D 이미지가 요구된다. 음파 신호를 분석하고 위치정보를 정밀하게 보정해 정확한 탐사 지점을 표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만 수년이 걸렸다.
지질연 연구진은 2010년부터 수중고고학 탐사 기술 국산화를 위해 민간기업 ‘지오뷰’와 손잡고 EOS3D 기술을 개발했다. 2015년 EOS3D 초기 기술개발 단계에서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에 침몰한 선박 ‘마도4호’의 3차원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후속 연구를 거쳐 음파 발생기와 수신기를 모두 국산화해 이번 울돌목 인근 해역 수중 탐사에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수중에 묻힌 침선 흔적과 문화재 위치를 수 cm 수준으로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실시간위치측정(RTK)-GPS 기술도 결합했다. 이 기술은 이동 중 실시간 위치정보 오차를 보정하는 첨단 시스템으로 드론과 같은 무인이동체에도 적용되고 있다.
○해저지진 원인 규명 해저케이블 관리에도 활용
하지호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EOS3D 기술은 연근해 저수심 해역의 3차원 해저 지질구조와 해저 바닥 얕은 지역에 묻힌 물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나타내는 기술”이라며 “원래 해저 지질 조사 목적으로 개발했지만 점차 수중고고학 분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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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선임연구원은 “EOS3D 기술을 활용해 4월 서남해 해상풍력개발단지의 해저 매설 케이블에 대한 3차원 영상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며 “해저유물의 크기와 상태, 종류 등을 3차원으로 탐사해 수중문화재 조사와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