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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허인회 장비납품 로비대상 정치권 수사 확대

입력 | 2020-08-10 03:00:00

도청탐지 장비 알선 금품혐의 구속
5년간 국회서 의원 8명 관련질의… 작년 4월엔 예산배정 논란 불거져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2019.12.27/뉴스1 © News1


태양광발전기 설치 업체인 녹색드림협동조합 허인회 전 이사장(56·수감 중)이 도청 탐지 장비의 관공서 납품 알선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7일 구속되면서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의 로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허 전 이사장은 2015년부터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맥에게 도청 탐지 장비 제조사인 G사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품을 납품하도록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에게 도청 탐지 시스템과 관련한 질의서를 전달해 국회와 정부, 공공기관에 대해 장비 매입 여부 등을 묻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청 탐지 시스템 예산 확충을 요구한 여야 의원은 모두 8명이었다. 2015년 9월 한 광역단체장은 국회의원의 도청 방지 대책 강구 질의에 “기관장실과 주요 회의실 등에는 상시 탐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기초자치단체에도 협의해 도청 방지 대책이 강구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해 국회에 도청 탐지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은 A 의원의 요구로 예산 2억 원이 반영돼 2016년 의장실과 부의장실 등에 시범 설치됐다.

2016년 11월 국회 운영위에선 국회 사무처가 2017년 예산안에 각 의원실과 회의실에 도청 탐지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이유로 신규 예산 35억 원을 반영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B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도청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국회에도 도청 탐지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B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 3명이 국회 사무처에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했다. 한 의원은 “도청 탐지 시스템 예산은 업체에서 집요하게 로비를 해서 절대 안 된다고 그래서 삭감했는데 또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어디에서 (계속) 집요하게 로비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논란 속에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2018년 11월에도 운영위에서 도청 탐지 시스템 예산안 배정 문제가 불거졌다. C 의원은 “국회 내 도청 탐지 작업이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빨리 검토해서 확대해 달라”고 했고 D 의원은 “국회 도청 탐지 시스템이 있는데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도 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도청 탐지 시스템 예산안 배정 문제가 불거졌다. E 의원이 국회 내 도청 탐지 시스템 보완을 요구하자 당시 국회 사무총장은 “비싼 예산을 거기에 더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더 구입하는 것을 제가 말렸다”고 말했다. 당시 E 의원은 2018년 고정식 도청 탐지 장비를 국회 사무실에 총 316대 추가하자며 50억 원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검찰은 G사가 허 전 이사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국회의원의 금품 로비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허 전 이사장의 법률대리인은 “G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영업 활동을 했을 뿐 금품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