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 맞은 ‘옥상달빛’
‘옥상달빛’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 듀오다. 박세진(왼쪽)은 하우스 뮤직을, 김윤주는 재즈를 좋아하는데 둘의 교집합은 미국 남매 듀오 ‘카펜터스’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동갑내기 멤버 김윤주 박세진은 “데뷔하던 스물여섯 때와 지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 ‘Still a Child(여전히 아이)’는 그래서 나온 제목”이라고 했다.
2010년부터 ‘하드코어 인생아’ ‘없는 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 같은 위로와 공감의 노래로 사랑받았다. “저건 내 얘기야!” 하는 청춘들이 ‘옥탑라됴’(2010년 데뷔작 제목) 아래로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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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예술대 동기여서 한때 ‘동방울자매’로도 활동한 둘은 친근한 멜로디 아래 탄탄한 화성과 편곡을 받쳐 흠잡을 데 없는 어쿠스틱 팝을 만든다.
신작 첫 곡 ‘산책의 미학’도 가히 폴 매카트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후렴구 ‘걷, 고, 걷, 고’의 한 음절 한 음절을 반음씩 깨금발로, 경쾌한 셔플리듬에 맞춰 오르다 보면 김윤주가 “밤마다 즐겨 걷는다”는 서울 망원한강지구의 정취가 선뜻하게 다가온다.
“힘들 때 스스로에게 ‘수고했어’라는 문자를 보낸 적 있어요. 의외로 힘이 되더라고요.”(김윤주)
두 사람은 “누군가를 위로하기보다는 스스로 위로받고 싶어서 노래를 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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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사를) 서점 문구점 대형마트 공사현장의 안전펜스에서도 봤어요. 고마운 곡이죠. ‘저거 우리 노랜데’라기보다는, 보면서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박세진)
두 사람은 대학 초년의 5월부터 줄곧 단짝이다. 극장에서, 거리의 간판을 보며 둘만의 개그코드를 확인하면서 그리 됐다. 아직도 “윤주가” “세진이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다고.
신작 ‘Still a Child’ 표지는 오랜 시간 동안 녹음과 공연을 도와준 연주자들과 함께 찍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투잡을 넘어 ‘포(four)잡’을 하면서도 힘내겠다는 사연, 10년간의 비정규직 생활을 떨치고 정규직이 됐다는 문자…. 진짜 인생을 배워요. 친구들이 많이 생긴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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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선 서른여섯 살의 두 아이, 옥상달빛의 고민은 대중에겐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더 오랫동안 이 땅의 청춘과 아파해줄 테니. 위로의 시작은 공감이니까.
“할머니가 돼서도 옥상달빛으로 앨범 내는 것, 둘이서 너무 귀여운 옷을 입고 재킷 촬영을 하는 것. 저희의 꿈은 그거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