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솔로/라인홀트 메스너 지음·김희상 옮김/360쪽·1만8000원·리리
우에무라보다 앞서 ‘세계 최초’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폭설과 산사태, 따가운 햇살이 번갈아 괴롭히는 몬순 시기에 등반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1980년 여름, 티베트의 북쪽 새로운 루트를 통한 에베레스트 단독 등반 허가를 따낸다. 이 책은 이후 이어지는 극한의 여정을 담고 있다.
메스너는 이탈리아 남티롤 출신으로 1986년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를 완등한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 된다. 그를 세상에 알린 것은 1978년 페터 하벨러와 함께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이었다. 당시 산소 공급 장치 없이는 7500m 이상에서 생존이 힘들다는 주위의 경고에도 한계에 도전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광고 로드중
“물밀 듯 밀려오는 두려움의 흐름을 막았을 때에만 출발할 수 있다” “잡념을 놓아버리고 평온한 마음을 갖는 동시에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행동하는 것이 예술” 등 솔직하고 실감나는 서술이 돋보인다. 마침내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운 메스너는 이렇게 회고했다.
“진정한 등산의 예술은 정복보다는 절절한 외로움 끝에 일상으로 돌아와 느끼는 ‘살아 있음’의 고마움이다. 진정한 도전은 불확실함의 끝까지, 존재의 한계까지, 몸의 힘이 닿는 데까지 고통을 견디며 나아가는 것에 있을 뿐이다. … 에베레스트 정상은 한계를 이겨낸 사람에게 그 진정한 속내를 열어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