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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朴, 9일 오전 “직원과 문자 주고받아… 여성단체 문제제기해 심각”

입력 | 2020-07-17 03:00:00

[박원순 의혹]실종 당일 공관서 비서실장 만나




통합당 ‘박원순 피소 누설’ 고발장 정점식 의원(가운데)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민갑룡 경찰청장과 경찰청,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은 민 청장 등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9일 오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일 오전 공관에서 고한석 전 시장비서실장을 만나 “직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여성단체가 문제를 제기해 심각한 상황이다”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A 씨는 전날인 8일 오후 4시 반경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9일 새벽까지 조사받았다. 박 전 시장은 8일 오후 9시 이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비서실 직원 2명과 관련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 전 실장은 9일 아침 서울 종로구 시장 공관을 방문했다. 오전 9시경 고 전 실장과 만난 박 전 시장은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것 같다. 문제가 커지면 사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고 전 실장은 “변호사를 구하고 해결해보겠다”고 답한 뒤 오전 10시 10분경 공관을 떠났다.

○ 박 전 시장, “감당 어려워” 통화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고 전 실장은 9일 박 전 시장이 출근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직접 공관으로 찾아갔다. 오전 9시경 고 전 실장과 만난 박 전 시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성추행 등의 혐의에 대해 털어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이에 고 전 실장은 초조해하는 박 전 시장을 위로하며 대응 방안 등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실장은 시청으로 돌아와 비서진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파했다.

박 전 시장이 출근하지 않은 9일 오전 고 전 실장 등을 포함해 박 전 시장의 비서진이 모여 있는 6층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이날 ‘몸이 좋지 않다’며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오전부터 6층을 중심으로 박 전 시장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고 전 실장 등 측근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실장이 떠나고 30여 분 뒤인 오전 10시 44분경 박 전 시장은 혼자 공관을 나섰다. 그는 한 측근에게 “산에 심기를 정리하러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 전 실장 등 시청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행동이 묘한 데다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자 오전 11시경부터 북악산 안내소 등에 전화해 박 전 시장의 행적을 수소문했다.

박 전 시장은 고 전 실장과 오후 1시 39분경 약 5분 이어진 통화에서 “감당이 어렵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실장이 “산을 내려오시라”며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 전 시장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A 씨 측 대응 등을 8일 밤 거의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시 이후에는 제3의 장소에서 임 특보와 변호사 출신의 비서실 직원, 또 다른 비서실 직원 등 3명과 피소 사실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이후 공관으로 귀가한 박 전 시장이 9일 누군가를 만난 건 고 전 실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고 전 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날 밤 서울시 전·현직 구청장과의 만찬이 끝난 오후 9시 이후 마련됐다는 대책회의에서 박 전 시장은 이를 알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비서실 직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 경찰 “조만간 임 특보 불러 조사”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전날인 8일 오후 3시경 청사 집무실에서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데, 실수한 게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구체적 내용이나 피소 사실은 몰랐다는 게 임 특보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일 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 비서실 직원 등과 함께 모여 있었다. 일상적인 회의라고 하기엔 시간도 장소도 이례적이다. 이들은 함께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에 대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알려졌다.

박 전 시장에게 수사기밀이 흘러들어간 경로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박 전 시장 측이 대책회의를 한 시점은 피소 사실과 내용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 국정상황실까지 보고(오후 7∼8시)된 이후다. 이 때문에 청와대나 여당 등 정치권을 통해 정보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13일 이런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상태다.

피해자 A 씨를 지원하고 있던 여성단체를 통해 피소 내용이 전달됐을 수도 있다. 특히 여성단체 등에서 경력이 많은 임 특보가 정보를 접하고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 특보 역시 14일 “피소 사실을 몰랐다”며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A 씨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조사도 받은 경찰 쪽에서 기밀이 유출됐을 수도 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16일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시 관계자를 부른 건 고 전 실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경찰은 임 특보 등도 조만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지민구·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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