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관리들이 8일(현지시간), 올 가을 학교 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보건당국에 지침 완화를 압박하고, 문을 열지 않는 학교들에는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학교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 전쟁의 최전선이 된 형국이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가 개학해야 부모들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학교 개학을 서두름으로써 경제를 정상화해 자신의 경제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야당은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개학에 반대하고 있다. 개학 문제가 미국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 펜스 “아이들 학교로 돌려보낼 때”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교육부에서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때가 됐다”며 “우리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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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CDC 학교 개학 지침 비난 :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음 주에 올 가을 학교 정상화와 관련한 새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CDC는 권고만 한다면서 권고가 “학교 폐쇄의 근거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학교 정상화와 관련해 CDC의 지침은 “너무 심하고(tough) 돈이 많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학교에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나는 그들과 만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들은 문제없이 학교의 문을 열고 있다”며 “만약 열지 않으면 지원금을 끊겠다”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CDC는 수일 내에 학교 정상화와 관련한 새 지침을 발표할 계획을 이미 갖고 있었다고 전하며, 펜스 부통령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와 노골적으로 결부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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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교육위 소속의 패티 머레이 의원(민주당)은 “위험성이 어떻든 간에 대통령은 무책임하게 학교 측에 문을 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CDC 질타에 대해 CNN은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또 대통령의 위기 대응에 대한 불신으로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CDC에 공개적으로 싸움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미 대다수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대면 수업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며 “올 가을에 학생들이 집에 머문다면,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대통령의 노력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실망스러운 온라인 수업 = 코로나19의 전파 방식과 위험성에 대해선 많은 것들이 밝혀져 있다. 하지만 취학 연령 아동의 전염성에 대해선 성인과 비교해 약하다는 것과 거의 거의 같을 것이란 상반된 연구 결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당국과 교육계 그리고 학부모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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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의 의견은 분분하다. WP에 따르면 미 중등학교교장협회가 1450명의 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완전한 가을 학기 정상화에 어느 정도 또는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한 응답자는 전체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대통령의 입장이 발표된 직후,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시의 학교들은 일주일에 1~3일만 대면 수업을 진행해 학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美학교 예산의 약 90%, 주정부에서 = 일반적으로 미국 학교의 예산 90~92%는 재산세와 판매세 등 주정부와 지자체의 세수로 충당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나머지 8~10% 예산이다. 또 의회가 기책정한 자금에 대해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교육부는 코로나 긴급자금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일선 학교들은 교직원에 임금을 주고, 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CDC 권고 조치를 이행해야 하기 이 때문에 이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여름에 학교들이 의회로부터 원하는 추가 자금 지원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 CDC 지침 지키기엔 교실이 협소 = 아울러 CDC는 지난 수주 동안, 대면 수업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학교들에 대해 6피트(1.83m)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소독 강화, 단체 음식 제공 및 물건 공유 금지, 환기시스템 교체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실이 협소하기 때문에 지침을 유지하면서 모든 학생들을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 단체들은 공공 보건 지침을 이행하고 교직원 대량 해고 및 프로그램 삭감을 막기 위해선 최소 2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은 의회에 계류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들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학이 올 가을에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며 비난했다. 또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면 강의를 받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와 MIT는 8일 이 지침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