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작가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해야죠”
묵나물들깨탕
“어렸을 때 엄마가 오므라이스를 해주신 날엔 작지만 특별한 의식이 있었다. 밥을 덮은 매끈한 달걀옷 위에 엄마는 케첩으로 우리 남매의 이름을 써주셨다. 엄마가 오직 나를 위해 준비한 음식. 내 인생 최초의 고명이었다.”
반 씨는 3년 전 우연히 사찰요리를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승려들을 찾아다니며 음식에 대해 배움을 청했다.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흔히 고기를 쓰지 않아 맛이 없을 거라고 오해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맛있게 끌어내 누구나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사찰음식”이라고 말했다.
녹차설기떡
“스님들 중 누구도 ‘실패했네, 맛없네’ 하는 분이 없었다. 밑바닥 탄 전병을 보고는 ‘바싹 구워져 노릇하다’고 하셨다. 원인과 까닭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면서 결과에 대해 너그럽다니. 한참 지나고 나서 이유를 알았다.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몸의 편안함을 맨 앞에 두므로 ‘왜’를 묻고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