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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남부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14명이 집단으로 사망한 구마모토현 구마무라 노인 요양시설의 급박했던 순간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4일 오전 3시경 야근하던 남성 직원은 유난히 빗줄기가 굵다고 느꼈다. 65명이 입소해 있는 요양시설 내 전기도 오락가락했다. 2시간 후 구마강이 제방 끝부분까지 불어난 것을 보고선 ‘모두 깨워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동료 4명과 함께 입소자 전원을 깨워 1층 방과 2층 회의실로 대피시켰다. 1층 노인들의 휠체어를 식탁 테이블 위로 올렸지만 현관에서 쏟아져 들어온 물은 테이블 위까지 차올랐다.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지면서 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한 직원이 노인 2명의 겨드랑이를 잡고 물 위로 끌어올렸지만 자신의 목에 물이 차자 결국 노인들의 손을 놨다. 그는 구조된 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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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로 6일까지 구마모토현에서만 최소 45명이 숨지고 10명이 행방불명됐다. 구마강 등 9개 강이 범람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이날 장마전선이 규슈 북부로 올라가자 기상청은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에 ‘폭우 특별경보’를 내렸다. 5단계 경계 단계 중 가장 높다. 규슈 7개 현에는 약 37만 세대, 79만 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