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부 과학자와 예술가, 동물행동연구가 등을 중심으로 원숭이나 코끼리, 돌고래와 같은 다른 종(種)과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위 ‘종 간 인터넷(Interspecies Internet)’으로 불리는 이 신기술은 아직 구상 단계이나 4차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쯤이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렇게 연결의 폭이 넓어지다 보면, 인터넷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모든 사물, 모든 종을 넘어 우주가 될 것이다.
고전을 통해 인터넷의 미래에 관한 혜안을 찾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중국 고대 사상가 장자(莊子)다. 장자 사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분 짓지 말고 두루 소통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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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잠에서 깨니 인간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호접몽(胡蝶夢) 우화를 들려준 바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나비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다. 하지만 광활한 우주와 같은 무의식의 공간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힐 때 그러한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나비가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나비라는 것이다.
종을 초월한 우주적 교감과 소통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호량지변(濠梁之辯)으로 알려진 장자와 혜시(惠施) 간 논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호량지변은 호수(濠水) 위에 있는 다리에서 나눈 이야기라는 뜻이다. 장자 추수(秋水)편에 소개된 이 우화에서 장자는 물속의 물고기가 즐겁게 헤엄치고 있음을 다리 위에 서 있는 본인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반면, 혜시는 장자는 물고기가 아니므로 물고기가 즐거운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즉 혜시는 물고기를 종(種) 단절적, 배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장자는 물고기를 종(種) 통합적, 포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화에 담긴 함의를 조금 더 확장해서 보자. 혜시의 생각은 인간이라는 종이 배타적 특권을 누리는 지구에 갇혀 있지만, 장자의 생각은 모든 종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종 간 인터넷과 우주 인터넷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그에 관한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것도 개체적, 지구적 시각이 아니라 탈개체적, 우주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앞으로도 하나의 종으로서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종 이기주의를 버리고 다른 종들과의 공존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종 간 인터넷은 이러한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혁명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지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 수명이 끝난다. 그 때문에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지구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우주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한다. 우주 인터넷은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통신 수단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소를 감안할 때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15일자(299호)에 실린 ‘인터넷의 미래: 다른 種, 다른 행성으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