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낙뢰 측정 기술
크로아티아에 내려친 번개폭풍의 모습이다. 최근 번개 관측 기술이 발달하며 수백 km 길이에 달하는 대형 번개가 관측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제공
세계기상기구(WMO) 극단기상 및 기후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이 두 번개를 각각 가장 큰 번개와 가장 길게 내리친 번개로 인정했다. 두 기록은 WMO가 2016년 발표한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2007년 떨어진 321km 길이 번개와 프랑스 프로방스에 2012년 7.74초간 내리쳤던 번개 기록을 각각 2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번개 측정 기술이 진화하면서 번개 기록도 바뀌고 있다.
○ 번개 예측 위해 위성 동원
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 현상이다. 먹구름에서 양전하와 음전하 층이 생기며 번개가 어떻게 뻗어나갈지 결정된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낙뢰’는 번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번개는 구름 속으로 이동한다.광고 로드중
과학자들이 번개 관측에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큼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낙뢰로 인한 산불이 늘면서 산불 감시 목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GOES를 대평원 지역인 그레이트플레인스 산불 예측에 투입하고 있다. 낙뢰가 발전소에 미치는 피해도 번개 관측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관측된 번개 정보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예측에도 활용된다. 스위스 로잔공대 전자기호환성연구소는 번개가 칠 때의 기압, 기온, 습도 및 풍속을 학습해 30km 반경 내 번개를 최대 30분 전에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기후 및 대기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쏴 번개가 구름 위로 치도록 유도하는 ‘유럽 레이저 피뢰침’ 프로젝트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 21곳에 관측장비 설치해 번개 탐지
국내에서는 아직 지상에서만 번개를 관측하고 있다. 경기 파주와 부산, 서해 백령도와 동해 울릉도, 남해 제주도 등지에 21개 관측 장비를 설치해 전국에 발생하는 번개를 탐지하고 있다. 한혜영 기상청 레이더센터 레이더운영과 주무관은 “낙뢰가 발생하면 주변 여러 장비에서 발생 시간과 극성, 강도, 고도를 계산한다”며 “5개 이상 센서에서 감지하면 낙뢰로 판단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지난해 한국에서 요란한 번개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 낙뢰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내륙지역에서 관측된 낙뢰는 6만5721회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적은 횟수다. 10년 평균인 12만7420회의 절반 수준이다. 낙뢰가 가장 많은 달은 7월이다. 장마가 찾아오는 등 대기가 불안정한 여름철에 주로 낙뢰가 발생한다. 지난해 낙뢰가 가장 많이 친 날은 9월 5일로 하루 동안 8592회 내리쳤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9613회로 가장 많았고 광주가 197회로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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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