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차례 세탁 심부름 들어준 부사관 “선의였다”
공군본부의 감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제3여단으로 전입한 A 상병은 올해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대 면회가 제한되자 소속 부서 부사관(중사)에게 “모낭염, 피부염 등 피부질환으로 생활관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우니 부모를 통해 집에서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 전까지 A 상병은 주말 가족면회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해 왔다고 한다.
이에 해당 부사관은 3월부터 두 달 동안 13차례에 걸쳐 부대 입구에서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감찰 조사에서 이 부사관은 “병사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자 했다”며 선의로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세탁물을 전달받은 부모는 세탁된 옷가지와 생수 등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이 부사관을 통해 A 상병에게 수차례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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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군은 부대 전입 후 A 상병이 총 9차례 외래진료(7차례 민간진료)를 목적으로 외출을 나갔고, 모두 부서장의 승인이 있었던 만큼 탈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A 상병은 서울 강남구 자택과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데다 진료 후 자택을 방문한 정황이 포착돼 군사경찰은 군 형법상 근무지 무단이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현재 A 상병은 부대로 복귀해 일반 병사들과 함께 생활 중이다.
○ 당사자 조사 없는 ‘반쪽 감찰’
하지만 감찰 조사 과정에서 A 상병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논란이 된다. 공군은 A 상병에 대한 조사 없이 일부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감찰을 마친 뒤 문제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하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감찰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 만큼 A 상병이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A 상병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 공군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황제 병영생활’ 논란이 일자 감찰에 착수했다. 현재 군사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인 부사관의 세탁물 심부름 과정에서 A 상병 부모 측으로부터 별도 대가를 받았는지, 세탁물과 함께 반출된 물품이 금지품목인지 등도 감찰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의혹들이 남은 상황에서 공군이 감찰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군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 확산을 서둘러 차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