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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인사청문회?[횡설수설/이태훈]

입력 | 2020-06-25 03:00:00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공직 후보자들의 주된 낙마 사유가 된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 표절 의혹 등은 모두 비공개로 검증된다. 지금처럼 TV 생중계로 위장전입 경위 등을 따지는 장면을 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나 의혹들을 국민은 알지 못한 채 청문 절차가 끝나게 된다.

▷민주당은 청문회가 인신공격과 신상 털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능력과 자질은 충분한데 인사청문회 때문에 고사하는 인재들이 늘어나 개각 때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고민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간의 인사청문회 검증 과정을 보면 신상 털기라는 여당 주장과는 달리 공직 후보자가 살아오면서 법을 어기거나 교묘하게 피해간 것이 있는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치부한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사실 검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낙마했던 후보자들을 봐도 야당의 인신공격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등을 노리고 실정법을 어겼거나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벤치마킹한 미국의 경우 의회 청문회 전에 국가기관을 통한 엄격한 사전검증을 실시한다. 백악관의 지휘를 받는 공직자윤리국(OGE),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이 2, 3개월간 후보자를 둘러싼 모든 위법, 탈법, 편법사항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 조사관들은 후보자 동네의 이웃 주민들까지 찾아다니며 평소 행실에 대해 꼼꼼히 묻는다. 반면 우리는 청와대가 단기간 사전 검증을 벌이고 국회는 15일 안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언론의 취재보도를 통해 드러난 의혹과 문제들을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따지는 것이 인사검증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검증 기능이 취약한 우리 현실에서 비공개로 한다면 후보자의 청렴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검증 항목들이 묻힐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청문회에서 수많은 문제가 쏟아져도 임명을 강행한 후보자가 한둘이 아닌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제한한다면 인사청문회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를 비공개 통과의례로 전락시키는 제도 변경은 고위 공직자들까지 마음대로 임명하겠다는 인사 폭주 욕심이나 다름없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