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에게 달걀을 나눠주기 위해 닭을 키우고 있는 이승재 군이 닭에게 풀을 주고 있다.© 뉴스1
전교생이 고작 2명인 섬마을 학교 아이들이 직접 닭을 키워 얻은 달걀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 줘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3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신안의 흑산초등학교 장도분교 학생인 5학년 이승우군과 1학년 이승재군은 전날부터 마을주민들에게 유정란을 무료로 나눠주는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형제인 두 학생은 얼마 전 ‘학급회의’를 열어 유정란 나눔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하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길고양이에게 갓 태어난 병아리를 잃는 아픔도 겪었지만, 정성을 다해 어미닭으로 키운 결과 달걀(유정란)을 얻었다. 이후에도 달걀 부화기를 계속 가동해 병아리 세 마리를 더 얻어 현재 어미닭 두 마리와 병아리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다시 ‘학급회의’를 열어 애써 얻은 유정란을 마을주민들과 나누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항상 도움만 받는 어린 학생에서 이제는 마을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유정란을 얼마나 나눠줄 것인지, 안내문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나눠줄 장소는 어디로 할 것인지 등을 담임교사와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정했다.
지난 2005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장도습지를 알리기 위해 건립한 홍보관 앞이 주민들 눈에 가장 잘 띨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싱싱한 공짜 달걀 나눠드려요. 항상 받기만 해서 죄송했어요. 이번에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며 따뜻한 마음을 담은 안내문도 내걸었다.
첫날 달걀 19개 중 16개가 주민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승우군은 “마을 어른들이 달걀을 많이 가져가 주셔서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달걀을 더 많이 나눠드리고 싶다”고 기뻐했다.
이 마을 김창식 이장은 “작은 것도 나누려는 학생들의 마음이 참 예쁘다”고 응원했다.
나눔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다. 학생들은 앞으로 유정란과 병아리를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신안=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