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관할하는 뉴욕 남부 검사장, 줄리아니-우크라스캔들 수사하자 법무장관 “해임 요청 승인받았다”… 후임엔 트럼프 골프친구 낙점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해임 당일인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자 법조인 출신인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상원 인준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주가 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뉴욕 남부지검은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리트 버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버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역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없이 내쳤다. 당시 버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인준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버먼은 바 장관의 전임자인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때 취임해 바 장관이 버먼의 해임을 주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를 챙겨 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이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