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러지 출판 붐 장르문학부터 미래 전망 등 교양서로 확대 짧은글 선호 늘고 빠른 기획 장점
과거 앤솔러지가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같이 순수문학 위주로 간간이 보였다면 최근에는 SF를 중심으로 장르문학에서 활발하다.
장강명 듀나 김보영 등 8명의 작가가 슈퍼 히어로를 주제로 펴낸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2018년·민음인), 올해 ‘일상을 살아가는 내 안의, 우리 안의 괴물’을 테마로 김동식 윤이형 곽재식 등 10명의 단편을 묶은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이상 한겨레출판), 현역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등 비소설가 4명과 SF 작가 1명이 SF를 주제로 쓴 소설을 묶은 ‘떨리는 손’(사계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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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단행본 출판사들도 앤솔러지 흐름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민음사는 이달 말 ‘시스터후드’ ‘모바일 리얼리티’ ‘괴담’을 주제로 하는 앤솔러지 ‘더(the) 짧은 소설’(전 3권)을 펴낸다. 문학과지성사도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3편 선정해 모은 ‘소설보다’ 앤솔러지를 내고 있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주간은 “짧은 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주 독자층인 20, 30대가 읽기 원하는 당대 이슈를 그때그때 풀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기획에서 출판까지 빠른 호흡으로 진행시키며 단행본 필자를 타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특정한 소재나 모티브에 맞춰 짧은 글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도 앤솔러지 붐의 한 요인이다.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페미니즘, 반려동물같이 최근 몇 년간의 주요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는 앤솔러지가 대거 등장했다. 지난주 출간된 ‘나는 반려동물과 산다’(다산에듀)는 인문학자, 수의사, 문학평론가 등 필자 9명이 개와 고양이를 사랑할 때 마주하는 인문학적 질문들을 풀어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글항아리)는 의사, 종교학자, 철학자, 사회복지학자 등 12명이 AD(After Disease) 시대 각 영역의 변화를 예측했다.
앤솔러지가 깊이 있고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세태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학편집자는 “기획성이 도드라지는 앤솔러지는 단행본 한 권의 가치를 갖지만, 신진 작가에게는 긴 호흡의 완성도 높은 장편을 쓸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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