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소속 이강인(가운데 선수 왼쪽 뒤 네 번째)과 동료 선수들이 9일 구단 훈련장에서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종차별 퇴치는 축구계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문제다. 사진 출처 발렌시아 홈페이지
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
2006년 독일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본격적으로 인종차별과의 전쟁을 선포한 때다. 이때부터 선수나 관중이 특정 팀이나 선수를 상대로 인종차별적 언동을 했을 경우 해당 팀의 승점을 3점 깎는 ‘신인종차별 금지 규정’이 마련됐다. FIFA는 경기장 곳곳에 ‘인종차별에 반대한다(Say no to Racism)’란 구호를 내걸고 선수들로 하여금 인종차별 반대 선서를 하게 했다. 축구계의 인종차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전철 안 장면처럼 일상 속을 파고든 인종 및 특정 국가와 민족에 대한 차별 의식이 경기장의 격렬한 분위기 속에 휩싸여 툭하면 터져 나오곤 했던 것이다.
수십 년 전 활동했던 축구황제 펠레(80·브라질)도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밝혔다. 관중이 유색인인 자신을 원숭이로 불렀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201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던 다니 아우베스(37·브라질)에게 관중이 바나나를 던진 것이다. 유색인인 그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우베스는 태연하게 바나나를 주워 한입 먹고 던져 버리고는 다시 공을 찼다. 조롱을 무시해 버린 아우베스는 많은 격려를 받았다.
하지만 다만 무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인간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인종차별은 깊은 모멸감과 상처를 안긴다. 이탈리아 세리에A 브레시아에서 뛰고 있는 마리오 발로텔리(30·이탈리아)가 지난해 말 관중으로부터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고 관중석으로 공을 차버린 것은 ‘악동’으로 불리는 그의 성격이 과격해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종차별은 흑인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저질러지고 있다. 한국의 슈퍼스타 손흥민(28·토트넘)도 인종차별 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이동국(41·전북)과 이강인(19·발렌시아)이 최근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세리머니에 동참한 것은 인종차별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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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