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의 한 주말 뉴스 프로그램은 서구 국가와 비교해 일본의 사망자가 적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일본의 ‘목례 문화’를 한 이유로 꼽았다.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는 서양 국가에서는 사람 간 감염이 높은 반면 목례를 하는 일본에서는 감염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국제저널리스트인 홋타 요시오(堀田佳男) 씨는 “서양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나 빈민가가 형성돼 감염 위험이 높은데 일본에서는 그런 곳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일본에서도 악수를 많이 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보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오사카 신이마미야 지역에 일본 내 최대 빈민가가 있다며 빈부격차가 없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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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지난 달 25일 긴급 사태 선언 해제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출 규제를 강제로 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 반 만에 거의 수습했다. ‘일본 모델의 힘’을 보였다”고 밝힌 뒤로 확산됐다. 한 한일 소식통은 “코로나19의 대응 미흡으로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아베 내각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자국의 장점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한국, 독일, 대만 등 정보기술(IT) 데이터나 전략을 갖고 방역에 임한 나라와 달리 일본은 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강요해 얻은 결과”라며 “검사 건수 부족 등 코로나19 대응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준 것은 위기 대응의 대실패”라고 비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