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가 27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살인의 추억’, ‘라라랜드’, ‘부당거래’처럼 시간이 흘러도 의미가 희석되지 않고, 중간부터 봐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을 가진 명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몸이 편해질 만하면 새로운 곳으로 훌쩍 떠나는 변 대표를 7일 서울 강남구 레진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모조리 영화관에 가서 볼 정도로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연출부터 제작, 투자까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그 호기심을 쫓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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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스튜디오 드라마 방법
“박동명이 꿈속에서 ‘사막의 왕’을 찾아가는 판타지가 그려지는데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어요. 레진코믹스가 보유한 수많은 웹툰 IP를 무기로 드라마와 영화, 숏폼,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웹툰 원작 콘텐츠 비중이 20% 정도인데 점차 늘려갈 계획입니다.”
원작을 잘 담아낼 ‘그릇’을 찾는 것이 변 대표의 숙제 중 하나다. 그는 원작이 가진 ‘리듬’을 강조했다. 웹툰에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만한 ‘훅(hook)’이 매회 들어간다. 웹툰 전체로 보면 수십~수백여 개의 훅이 있는 셈인데 모든 훅들을 영상에 다 넣긴 힘들다. 훅을 빼고 합치는 각색 과정이 웹툰 2차 저작물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레진스튜디오 초미의 관심사
넓고 깊은 마블의 세계관을 팬들이 ‘유니버스’라 칭하는 것처럼 변 대표 역시 레진의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거는 중이다. 웹툰을 단일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동시에 기획하는 시도다. <드라마 ‘방법’의 후속으로 선보이는 영화 ‘재차의’(가제)가 스타트를 끊었다. 레진코믹스 웹툰 ‘유쾌한 왕따’를 활용한 세계관의 확장은 더욱 다채롭다. 유쾌한 왕따는 지진이 일어나 세상이 무너진 뒤 일어나는 권력관계의 재편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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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대표는 정현종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감독과 미팅을 하기 전 그가 만든 단편영화까지 찾아보고, 자주 가는 카페나 요즘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고 그 곳에서 만난다. 사무실에서 얼굴 맞대는 것보다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다. 창작자가 쓰는 언어를 이해하는 깊이에 따라 함께 만들 수 있는 작품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평단이 감독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어요.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1번 타자가 스탠리 큐브릭이었고, 2번 타자는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던 것처럼 레진 스튜디오가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감독을 배출해내는, 창작자의 놀이터가 됐으면 합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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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졸업
▽2009~2011 ‘NEW’ 배급팀. ‘시’ ‘해결사’ ‘초능력자’ ‘뉴문’ 배급
▽2011~2015 ‘NEW’ 한국영화팀. ‘7번방의 선물’ ‘신세계’ ‘피에타’ ‘스물’ 등 투자책임
▽2015~2018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영화팀장. ‘밀정’ ‘마녀’ ‘나를 찾아줘’ 등 투자총괄
▽2018~현재 레진스튜디오 대표. 드라마 ‘방법’ 영화 ‘초미의 관심사’ 제작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