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인근 산과 공원도 몸살을 앓고 있다. 가족, 연인 단위로 북한산 북악산 일대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면서 일부 얌채족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기자가 종로구 북악산공원관리소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북악산로 일대를 돌며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종로구청의 협조를 받아 12일 북한산과 이어진 북악산 일대 산책로 일대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에 참여했다. 업무는 이날 오후 2시 부암동 창의문 부근 쉼터에서 시작됐다. 작업자는 기자와 임재찬 관리반장, 기간제 근로자 등 모두 7명. 평소 평일에는 6명, 주말에는 1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쓰레기 수거와 훼손된 울타리(난간) 계단 등을 보수하거나 잡목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날은 쓰레기만 수거하기로 했다. 각자 100L짜리 종량제 봉투와 큰 집게를 양손에 쥐고, 인도와 차도를 따라 걸으며 쓰레기들을 줍는 일이었다. 쉽게 생각했지만 작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무단투기 쓰레기 적잖고, 금연구역인 산에 담배꽁초가 가장 많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양한 쓰레기들이 발견됐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양은 담배꽁초와 빈 담배갑이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버리다 적발되면 3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지키지 않는 이들이 적잖다는 증거였다. 서 소장은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버리고 가는 사례도 많다”며 “위생에도 좋지 않지만 화재의 위험이 커 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오후 3시경 북악스카이웨이 부근 쉼터, 차량을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을 찾았을 때엔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관리원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도로변은 물론 수풀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느라 한참을 머물러야만 했다. 한 기간제 근로자는 “눈에 보이는 곳에 버리면 청소하기라도 편할 텐데 술래잡기 하듯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버려 수거하기도 어렵다”며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월요일은 쓰레기 산더미…무속인 굿판 자리까지 정리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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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는 관내에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과 평창동, 부암동, 청운동 지역의 크고 작은 공원 등의 관리업무도 맡고 있다. 이들에게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은 월요일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주말 근무자가 적어 월요일이면 산과 공원 주변에서 수거해야할 쓰레기양이 100L짜리 종량제 봉투 10개를 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방문객들이 화장실에 버린 쓰레기로,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을 때도 있다.
민원 해결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처리해야 할 숙제다.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인왕산. 기(氣)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제사를 지내는 무속인들이 많아 소음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제사를 지낸 뒤 남은 돼지머리, 양초, 쌀 등을 처리하는 일도 관리소 직원의 몫이다. 장난 전화도 이들을 괴롭힌다. 서 소장은 “늦은 저녁 ‘공원이 더럽다’거나 ‘산 정상에 쓰레기가 쌓여 있으니 빨리 치우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나가보면 사실과 다른 적이 많아 허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작업의 마지막 현장인 하늘교 앞에서 쓰레기를 담은 봉투들을 정리하는 동안 지나치던 한 등산객이 “여러분 덕분에 산이 깨끗해진다”는 감사 인사를 했다. 땀을 식히던 기간제 근로자는 “고된 일상이지만 이런 인사를 들을 때면 보람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뻐근하던 허리가 조금은 펴지고, 저리던 팔의 통증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