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표작 ‘바디콘서트’ 선뵈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 몸이 악기로 변신, 음악 따라 춤춰… 엄숙한 표정, 애매한 몸짓에 웃음도 선글라스로 시작한 파격 무대… 헬멧, 펜싱 마스크까지 이어져 “어디서든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 논밭-지하철역-잔디밭서도 공연
김보람은 ‘반반’ 헤어 스타일을 고수한다. 머리의 절반은 짧게 자르고 다른 절반은 기른다. 그는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건 꼭 드러내고 싶은 복합적 성격이 담겼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2010년 ‘바디콘서트’가 탄생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돼 고향을 찾은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워크숍과 공연을 취소하느라 목소리가 가라앉았던 그는 “공연 취소만큼 슬픈 게 없더라. 앞으로 웬만하면 제안받는 춤은 뭐든 다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선보일 무용 ‘바디콘서트’ 장면. 각양각색의 복장이 눈길을 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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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리면 실수하는 티가 덜 나요. 눈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처음 안무를 짤 때 선글라스를 꼈더니 불안한 ‘동공 지진’을 가릴 수 있었죠. 다만 지금은 눈과 얼굴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관객이 몸의 언어에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선글라스에서 시작한 파격은 모자, 헬멧, 펜싱 마스크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괴상한 마스크 위에 검은 비닐봉지까지 뒤집어쓰고 춤을 췄다. “숨쉬기도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숨은 의미를 알아챈 관객이 있을 때 짜릿하다”고 했다. 최근 한 관객이 “108배(拜)를 보는 것 같은 춤”이라는 후기를 남겼는데 메시지를 정확히 알아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단다. 공연 장소도 파격적이다. 논밭, 지하철역, 공원, 길거리, 잔디밭 등 어디든 무대다.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라 무대가 엄숙하고 조용한 공연장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
춤춰 보라 하면 울어버릴 만큼 내성적인 아이였던 그는 2000년부터 엄정화 윤종신 등 가수의 백업댄서로 활동하며 사람들 앞에 섰다.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배웠지만 장르에 얽매이긴 싫었다. 재미있는 표현법으로 관객 앞에서 춤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대무용의 경계에 걸쳐 있다’는 애매함 때문에 무용계의 비판도 받았다. 그래도 ‘나는 왜 춤을 추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그는 계속 춤출 것이다. “쉬운 길이 제일 잘못된 길인 건 확실하니까요.” 23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4만, 5만 원. 8세 관람가. 모다페의 모든 공연은 좌석 거리 두기를 통해 공연장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네이버TV와 V LIVE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