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연 담당 PD들이 말하는 내한공연 취소·연기 뒷이야기 아크람 칸-크리스털 파이트 등 해외 거장 공연 눈앞에서 취소 소품 옮기는데만 배로 석달 걸려… 화물 선적前 취소 결정해야 항공비 등에 수천만원 손해… 팬데믹 시대 맞는 매뉴얼 필요
공연이 취소된 해외 프로덕션 연출가, 안무가 등은 국내 기관에 직접 e메일을 보내 “속상하고 안타깝다. 작품을 한국에서 꼭 올리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립극단 제공
영국 국립극장,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 아크람 칸, 매슈 본, 크리스털 파이트, 밀로 라우, 쥘리앵 고슬랭…. 해외 유명 프로덕션과 거장의 라인업이 유독 화려했던 올해. ‘귀한 손님’의 공연을 눈앞에 두고 취소해야 했던 담당 프로듀서들은 허탈하다 못해 속이 쓰리다. 배우, 제작진보다 먼저 바다를 건너온 공연세트, 소품들을 부산항에서 눈물을 머금고 돌려보냈다. 막도 올리지 못하고 극장 문을 닫아야 했던, 그 치열하고 안타까운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매슈 본의 무용 ‘레드 슈즈’.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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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독 초청 공연이 아니라 해외투어인 경우 셈법은 더 복잡하다. 여러 국가의 선적기간, 비용, 공연장 일정이 묶여 있어 한 나라라도 ‘공연 불가’ 입장을 밝히면 이것들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6월 국립극단 초청작인 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영국 공연 후 미국 한국 일본 투어가, 국립극장 초청 쥘리앵 고슬랭의 작품은 프랑스 대만 한국 투어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정채영 국립극단 PD는 “매일 뉴스를 보며 한 달 넘게 해외 담당자와 상황을 주고받느라 ‘전우애’까지 생겼다”고 했다.
공연 시점을 한 달 반 정도 남기고 취소 결정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날이 임박했다. 국내외에서 화상통화나 e메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동안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다. 국공립 예술기관의 재개관도 논의되며 ‘6, 7월이면 공연을 올려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가 문제였다. 공연을 강행하더라도 해외 제작진이 도착하면 2주간 의무 격리해야 한다. 확진자라도 나오면 대체인력이 필요하다. 국내 공연을 하려면 받아야 하는 단기취업비자 발급 요건도 강화돼 취득이 쉽지 않았다. 항공편도 하나둘씩 막혔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매일 수천만 원씩 불어났다.
아크람 칸의 마지막 장편 솔로 무용 ‘제노스’.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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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