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를 잡아라” 4개 지자체 유치전 치열] <4>‘에너지 밸리’ 들어선 나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전남도 제공
○ 국토 균형 발전의 새로운 전기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은 개발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됐었다. 농어업 중심의 1차 산업과 연구개발 기능이 없는 제조업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런 과정에서 인구는 줄고 고령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실제로 호남권은 1970년대 643만 명에 달했던 인구가 2019년 515만 명으로 줄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1.94%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다. 재정자립도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51.4%였으나 호남권은 23%였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호남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2017년 권역별 국가연구개발예산 비율이 수도권은 35.1%, 충청권은 35.6%인 데 반해 호남권은 7.7%에 그치고 있다.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은 충청권에 4곳, 영남권에 3곳, 수도권에 2곳이 있으나 호남권에는 한 곳도 없다.
국가 대형 연구시설은 기후 변화에 따른 대규모 재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에 분산 배치해 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때 접근성보다는 안전성과 활용도, 잠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고 있다. 스웨덴 맥스포연구소는 스톡홀름에서 600km 떨어진 인구 12만 명의 룬드시에 있다. 일본 슬릿제이도 도쿄에서 350km 거리인 센다이시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9개 공대와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4개 연구기관이 전국에 분산돼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 에너지 관련 기업 밀집 시너지 효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촉구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전남도 제공
강인규 나주시장은 “방사광가속기는 에너지 분야의 이용이 50% 정도로 정보통신이나 바이오보다 월등히 높다”며 “빛가람혁신도시와 한전, 에너지밸리, 한전공대를 품은 나주는 에너지 신소재를 개발하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2년 후 개교하는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해 산학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공대를 에너지 특화 강소 대학으로 육성하면서 방사광가속기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고부가가치 기술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스트(GIST), 전남대, 전북대 등 호남권 대학의 첨단 연구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30만 명 서명 뜨거운 유치 열기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2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유치 열망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범국민 서명 230만 명 돌파 기념식을 갖고 정부와 국회에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호소문을 전달했다. 서명운동은 3월 31일 온·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2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특히 나주의 경우 전체 인구 11만4516명 가운데 10만9527명이 서명에 참여해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다.
유치위는 “방사광가속기가 나주에 구축되면 광주 전남북 등 호남권의 풍부한 산업 인프라 및 자원을 고도화해 첨단 소재, 부품, 장비산업 및 기초과학 진흥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형 연구시설의 특정 지역 편중 해소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