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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리지널 드라마 출시… 콘텐츠-마케팅 두 토끼 잡을것”

입력 | 2020-04-15 03:00:00

[엔터View]박태훈 왓챠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가 노트북 모니터에 최근 독점 공개한 드라마 시리즈 ‘이어즈&이어즈’를, 왓챠 직원들은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띄웠다. 5억 건 넘는 이용자 콘텐츠 별점 평가 데이터는 가입자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큐레이션할 수 있는 왓챠플레이만의 ‘영업 비밀’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그래서… 넷플릭스 같은 건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제공하는 왓챠의 박태훈 대표(35)가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열심히 설명하면 마지막에 꼭 이런 질문을 받았다. 회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충성 고객’이 늘자 왓챠플레이가 무슨 회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KAIST 전산학과 03학번인 박 대표의 학창 시절은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포털사이트들이 각축을 벌이던 때였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박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를 철저히 고객의 눈으로 보는 습관을 익혔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할 때도 이어진 이런 습관은 각종 창업 아이디어로 영글어 엑셀 파일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렇게 모은 창업 아이디어의 하나가 2011년 영화 평점 공유 사이트 왓챠의 알파 버전으로 세상에 나왔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OTT로 탈바꿈한 왓챠플레이는 워너브러더스 폭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6곳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현재 왓챠플레이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약 6만5000개다.

7일 서울 서초구 왓챠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HBO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이 마침내 성사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안부 e메일부터 보냈거든요. 몇 달 동안 끊기다 다시 e메일 보내기를 거듭해서 계약까지 2년이 걸렸어요.”

2017년 HBO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월정액으로 ‘왕좌의 게임’ 8개 시즌을 ‘정주행’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다. 이어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의 흥행도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시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독점 콘텐츠의 힘을 톡톡히 누린 것.

특히 왓챠 이용자의 취향을 알려주는 방대한 데이터는 좋은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토대가 된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 왓챠의 강점이다. 이용자들이 남긴 5억4000만 개의 별점 평가를 토대로 각 개인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추천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개인별로 추천해주는 맞춤형 서비스 ‘왓플릭스’를 내놓은 것도 ‘취향 분석은 왓챠를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콘텐츠 업계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感)이 결정적이죠. 여기에 저희의 강점인 데이터와 분석 기능을 더합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계약할 때 ‘왓챠는 신기하게도 아무도 안 고르는 작품을 고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죠.”

대표적 사례가 샌드라 오에게 아시아계 여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드라마 ‘킬링 이브’다.

“시즌 1, 2 판권을 아무도 계약하지 않았더군요. ‘여성 서사(敍事)’ ‘젠더 미러링’ ‘다양성’처럼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이 드라마의 키워드에 이용자 취향 데이터가 말해줬죠. ‘지금 이 드라마를 사야 해!’”

디즈니나 애플같이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OTT 시장에서 왓챠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새로운 승부수로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독점 서비스할 드라마를 위해 최근 기획PD와 제작PD 등 인력을 충원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 중이다. 박 대표는 ‘출연료가 높은 배우들이 나오는 지상파 드라마와 제작비를 낮춘 웹드라마의 가운데 어디쯤’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왕좌의 게임’ 기억나세요?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한 명도 없었어요. 드라마 ‘미생’이나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죠. 왓챠는 광고를 고려한 스타 캐스팅 대신 재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OTT의 필수 성공 요소로 제품 콘텐츠 마케팅을 꼽았다. 이미 데이터 알고리즘이라는 훌륭한 ‘제품’을 가졌으니 오리지널 드라마로 콘텐츠와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한국 콘텐츠는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에요. 미국에 ‘할리우드’, 인도에 ‘발리우드’가 있다면 ‘살리우드(서울+할리우드)’쯤 될까요? ‘다양한 콘텐츠로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왓챠 모토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로 세상이 더 다양해지고 즐거워지는 날이 오겠죠?”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